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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앞둔 북·미… 관건은 '등가교환의 법칙'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8:11

수정 2019.09.23 18:11

하노이 노딜은 등가성 시각차 때문
‘단계적-포괄적’ 접점 찾기 주목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쯤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둔 북미가 '단계적 비핵화' 방안 논의라는 큰 틀속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 및 상응조치의 방법론 모색에 나선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북미가 모두 '새로운 계산법'을 각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실무협상에서 북미가 각각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와 '포괄적 비핵화'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을 지 주목된다.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은 사실상 협상 테이블에서 퇴출됐고 앞으로는 양측간 딜을 위한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北美 단계적 비핵화 선회?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 방식이 협상을 지연시켰다는 점을 거론하며 "새로운 방식이 매우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에 김명길 북미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가 곧바로 담화를 내놓으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북미간 협상방식이 단계적 비핵화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미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북한은 마지막까지 핵을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으로선 '포괄적 비핵화 합의-단계적 이행시 체제보장 등 상응조치'의 기본 골격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다만 협상의 시작점은 하노이 때와는 달라질 전망이다. 이미 영변 핵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의 맞바꾸기를 미국이 거부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같은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영변+α로 제재해제, 영변-α로 부분적 제재완화, 이도 아니면 핵 동결로 부분적 제재완화를 노리게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긴 했지만 제재완화를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카드를 제시하면 북한은 그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먼저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로 내놓을 카드 '등가성' 관건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이 주장해온 방식이다.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영변 핵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유엔의 핵심 대북제재 5가지의 해제를 요구했다. 이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협상하며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번 북미실무협상에서도 북미가 서로에게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등가성'여부가 최대 화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간 실무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등가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내주는 것과 미국의 체제보장 등 상응조치가 서로를 만족시킬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선 등가성에 대한 시각차가 결국 노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미간의 포괄적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실장은 "트럼프에게는 비핵화의 범위, 로드맵 등에 대한 정치적 확약이, 김정은 위원장은 포괄적 안전보장 약속이 필요하다"며 "포괄적 합의는 두께가 낮더라도 의무통과지점 처럼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포괄적 비핵화를 꺼낸다면 미국도 포괄적 안전보장을 해줘야 등가성이 성립한다"며 "경제, 군사,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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