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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시설복구에 수주일… 美-이란 '일촉즉발' 긴장 고조[사우디 테러 후폭풍]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8:08

수정 2019.09.16 18:08

'안정적 공급자' 명성 타격
피습규모 예상보다 심각
석유시장 불안심리 자극
美, 테러 배후로 이란 지목
이란 "美 공격땐 즉각 보복"
미국 정부와 민간 위성기업 디지털 글로브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아브카이크 석유 탈황시설 위성 사진. 사진 속에서 붉은 사각형으로 표시된 지점이 전날 무인기(드론) 공격에 피격당한 부분이다. AP뉴시스
미국 정부와 민간 위성기업 디지털 글로브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아브카이크 석유 탈황시설 위성 사진. 사진 속에서 붉은 사각형으로 표시된 지점이 전날 무인기(드론) 공격에 피격당한 부분이다.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으로 생산이 중단된 하루 570만배럴 석유 가운데 우선 하루 200만배럴 생산을 16일(현지시간) 밤까지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산 완전재개에는 앞으로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사우디의 자체 석유재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안정화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분석가들은 사우디 석유공급이 온전히 재개되더라도 시장은 사우디 역시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불안요인을 갖게 돼 석유시장에 새로운 고정 악재로 자리잡을 것으로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사우디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가 16일 밤까지 중단된 산유량의 3분의 1을 복구하는 데 이어 17일 시설복구와 관련한 중간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사우디 관리들에 따르면 생산능력 완전 복구에는 앞으로 수주일이 걸릴 전망이다. 예멘 후티반군의 이번 드론 공격은 이전과 달리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을 노렸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석유시장에 단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명성 타격…피습규모 심각

특히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석유공급자로서 시장이 필요로 할 때는 석유공급을 충분히 확대할 것이라는 보루 역할을 했던 사우디의 입지와 명성에 심각한 타격이 미쳐 그만큼 석유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의 피습 규모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평가에 따르면 아브카이크의 세계 최대 원유안정화 설비는 최대 15개 구조물이 피해를 봤다. 사우디 관리는 "피습 수시간 뒤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틀림없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드론 공격으로 전 세계 석유공급량의 5% 규모에 이르는 하루 500만배럴의 사우디 석유공급이 중단됐는데, 이는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하루 400만배럴 석유공급이 중단된 이후 최악의 석유공급 중단 사태다. 당시 유가는 두달 새 2배 넘게 폭등했다.

시장불안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비축유를 방출했던 IEA가 발벗고 나섰다. IEA는 "지금 당장은 시장에 충분한 석유재고가 있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을 다독이고 "사우디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IEA 주도로 필요할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축석유 방출이 준비 중이고, 사우디 역시 자체 비축분을 방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리스태드 에너지의 분석책임자인 매그너스 니스빈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재고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때가 좋지는 않다. 가장 많은 대응방안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다. 여전히 사우디 등에서 석유를 대규모로 수입하고는 있지만 막대한 셰일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자체 석유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우선 SPR 방출이 있다. 미국은 현재 6억배럴 넘게 석유를 비축해 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PR 방출을 승인했다. 트럼프는 또 일시적으로 베네수엘라나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이들의 석유공급이 재개되도록 할 수도 있다. 미국 석유수출 제한규정을 더 완화해 셰일석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있고, 셰일석유 생산 확대를 꾀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처들은 모두 일시적이고,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이 이란 측에 나포된 뒤 해상 석유운송비가 급등하고, 이 지역을 항행하는 유조선 보험료가 치솟아 유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격과 이에따른 생산차질 가능성이 이제 석유시장에 상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美·이란 충돌 긴장감도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경고에 나서 양국 간 군사적 충돌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경우 즉각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우리가 범인을 알 만한 근거가 있고, 검증 결과에 따라 출동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누가 범인인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사우디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측은 미국의 주장에 즉각 반발하면서도 미국이 도발한다면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발표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트윗이 "헛되고 눈먼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향해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했다 실패하더니 이제는 '최대 거짓말'로 기울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란 정치군대인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공군 사령관은 현재 중동 상황이 "일촉즉발과 같다"며 "오해로 인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동시에 국영매체와 인터뷰에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미군 기지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의 미국 해군 선박들을 언급하며 미군이 공격하면 이들을 상대로 반격할 준비를 마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 무슨 짓을 하든, 단 한 번의 불꽃만 튀어도 우리는 미국의 배와 공군기지, 병사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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