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1년①]

다시 꿈틀대는 아파트값…'백약이 무효?'

뉴시스 입력 :2019.09.12 08:40 수정 : 2019.09.12 08:40

임대업자 정면 겨냥한 고강도 수요 억제책, 일시적 약발 서울 아파트값, 올해 6월 둘째 주 상승 반전…30주만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지난해 9월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8.09.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문재인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3일로 꼭 1년을 맞는다. 대출 억제·세금 강화 등 수요억제책과 3기 신도시 공급을 동반한 고강도 수급 대책은 발표 당시만 해도 서울 아파트 시장의 폭등세를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쏟아져 나온 각종 규제에도 거침없이 상승폭을 키워온 서울 아파트 값은 실제로 작년 11월 둘째 주 하락 반전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강남·강동·서초·송파를 비롯한 강남 4구가 직격탄을 맞았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8㎡ 매매가는 불과 두 달 새 2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5단지 121㎡도 매매가를 2억 가까이 낮춘 급매물이 등장했지만, 실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본 매수자들이 매물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강남 4구 아파트 시가총액도 은마 등 재건축 단지들이 휘청이면서 불과 두 달 새 1조원 이상 쪼그라든 것으로 평가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시가총액은 작년 10월 말 151조8001억원에서 12월 둘째 주 150조7298억원으로 1조703억원 가량 줄었다. 세금은 높이고 돈줄은 조이는 9·13 대책을 시장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는지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9·13 대책 이후 한동안 꺾인 데는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돈줄 조이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책이 고가주택(공시가 6억 초과)을 새로 사들인 임대사업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장기특공) 혜택을 없앤 조치다.

임대사업자 등록 후 8년간 주택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의 70%를 공제해주는 장기특공 혜택을 0%로 줄였다. 장기특공은 양도소득세를 산정할 때 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인 토지나 건물은 일정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임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혜택도 대폭 줄였다. 1주택 이상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에도 종부세를 합산 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8년 장기임대 주택은 종부세를 매기지 않았다.

임대사업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기존 80%에서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내 40%로 줄였다. 9·13 대책이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를 정면으로 겨눈 배경은 주택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정부 규제를 우회할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첫해인 2017년 발표한 8·2대책은 양도소득세 중과를 비롯한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포함하면서도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할 해법도 제시했다. 다주택자가 85㎡이하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뒤 매입 8년 이후 매각하면 양도소득의 70%를 공제해줬다. 양도소득이 10억원이라면 3억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3기 신도시 공급을 비롯한 고강도 대책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6월 둘째 주 상승 반전했다. 오름폭은 전주 대비 0.01%였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은 작년 11월 첫째 주(0.03%) 이후 30주 만이다. 3기 신도시 발표 다음 주인 5월17일 전주 대비 0.02% 하락했지만, 매주 낙폭을 줄이며 6월14일 반등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달 들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지난 6일 현재 전주보다 0.05% 올랐다. 재건축이 0.04% 오르면서 3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일반 아파트는 0.05%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최근 8주간 0.10%→0.09%→0.08%→0.09%→0.04%→0.02%→0.02%→0.05%→0.05%를 보였다.

국토부가 다음 달 시행을 예고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집값 상승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이 정부 가격통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늦추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수요자들이 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모습. 2019.05.06. park7691@newsis.com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상승하고 있다. 지수는 지난 3월 83으로 반등한 데 이어 4월 87로 다시 상승했다. 이어 5월 93으로 상승폭을 확대했고 6월 97. 7월 106, 8월 107을 각각 기록했다. 집값이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심리에 기반을 둔 이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 주택가격전망 CSI 등 주요 지표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고강도 대책 발표 이후 일시적 집값 하락과 추세적 상승을 되풀이해온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작년 9·13 대책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결과적으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최근 강남지역의 거래량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도 "유동성이 시장에 너무 많이 풀려 있고, 소득이 높은 사람이 (참여정부 때보다) 너무 많아진 것 같다"며 "대한민국은 부동산이 안전하고 확실해 부동산만 쳐다보는 것 같다"고 아파트값 반등 배경을 설명했다.

yunghp@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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