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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맞은 삼성… 미래사업 중장기 성장 전략 차질 [삼성 '시계제로']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9 18:09

수정 2019.08.29 18:09

삼성바이오 수사까지 겹쳐 이재용 경영활동 위축 불가피
5G·AI·전장사업 동력 상실..대규모 M&A·투자 중단 위기
'퍼펙트 스톰' 맞은 삼성… 미래사업 중장기 성장 전략 차질 [삼성 '시계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삼성그룹의 경영에 적지않은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대응방안 수립을 진두지휘했던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다시 위축되고 비메모리반도체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잇단 악재에 '퍼펙트스톰' 위기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삼성은 또다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이 부회장의 거취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시 재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한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핵심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오너십 부재 위기까지 겹치면서 '퍼펙트스톰(동시다발로 악재가 발생한 대형 위기)'을 맞게 됐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잇따른 대내외 악재 속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진두지휘하며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갔던 터라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 보폭은 다시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파기환송심 재판 준비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물론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과 글로벌 무대에서 삼성을 대변하는 활동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어 이 부회장이 헤쳐나가야 할 상황이 간단치 않다.

이날 삼성전자가 반성과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과 성원을 부탁하는 입장문을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도 내부적으로 느끼는 심각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악재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로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며 "최근 적극적으로 펼쳤던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등 최근 현안이 중대한 만큼 현장행보는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거취 변화보다는 기업과 국가경제 위기상황 극복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 총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장기 대규모 투자 차질

삼성전자가 각종 대외 악재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미래사업 관련 대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80조원 규모의 미래 핵심사업 투자 계획, 올해 4월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또다시 재판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러한 중장기 투자가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총수의 경영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현안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중요 경영사안에 대한 중대한 결단도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미래사업인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 분야에서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동력 상실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대규모 M&A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17년 약 9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이후 소규모 기업 인수와 지분투자만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M&A를 진행하기 위해선 총수의 의사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글로벌 M&A 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등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그룹 편법승계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구조조정 등의 기업체질 개선과 관련한 장기적인 계획도 단기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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