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퍼펙트 스톰, 시스템으로 맞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1 16:39 수정 : 2019.08.21 16:39
우리 경제는 지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이한 것 같다. 퍼펙트 스톰은 둘 이상의 허리케인이 충돌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듯이, 여러 상황이 동시에 겹쳐서 최악의 결과를 낳는 상황을 말한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이 단어는 남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저런 불안요인들이 결합해 금방이라도 또 다른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식의 전망이 지금까지 들어맞은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 특히 우리 경제가 그렇다. 퍼펙트 스톰과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한두가지의 단편적 대응이 아니라 시스템적 대응이 필요하다. 연관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경제시스템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고려한 복합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본과의 무역분쟁, 미국·중국 무역분쟁에 더해 최근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이 될 수도 있다는 홍콩사태 등은 하나같이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거대사건들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나 독일 경제침체, 아르헨티나의 주가 급락 등 유럽과 중남미 시장의 변동성도 우리 수출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의 대결에 너무 많이 치중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수출감소에만 있지 않다. 민간의 설비투자나 건설투자 감소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 같은 투자감소의 원인 중 하나는 기업가정신 쇠퇴다.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 강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적인 주52시간 근무제 전면 도입 등은 기업 하고자 하는 의욕 저하를 초래했다. 그 결과 국내투자보다는 해외투자를 늘리고, 강남 부동산에 돈을 묻어둔다는 식의 비생산적 방향으로 자금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노동자도 근로의욕이 충만한 것이 아니다. 강성노조 활동이나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기대기도 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한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도 올해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도 어느새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초입에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를 추진한다면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간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해야 한다.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수많은 주류경제학자들이 반성했던 것 중 하나는 부동산에 대한 연구 부족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런던을 비롯한 글로벌 대도시의 부동산시장이 하나둘씩 점차 하락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동조화 현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는 국부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무려 85.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작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자산은 7배로 미국(2.4배), 일본(4.8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처럼 부동산 자산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흔들리는 글로벌 거시경제나 금융시장이 우리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장과 대책도 폭넓게 생각해 봐야 한다.

복합적 위기요인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우선시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경제시스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와 중요도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퍼펙트 스톰이 몰려올 때는 단편적 대책이 아니라 시스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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