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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경기침체’ 경고등..3Q도 마이너스 예고

2개분기 연속 성장률 하락세..세계경제에 연쇄 충격 우려도..대규모 재정정책 패키지 시사
獨 ‘경기침체’ 경고등..3Q도 마이너스 예고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19일(현지시간) 경기침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분데스방크는 이날 독일 경제가 급격한 수출둔화와 산업생산 저하의 영향을 받아 3·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이같이 우려했다.

독일 경제는 2·4분기에도 마이너스(-)0.1%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3·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져 2개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간주된다.

분데스방크는 이날 월간 경제전망에서 3·4분기에도 독일 경제 모멘텀이 여전히 지지부진할 것이라면서 "소폭의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비관했다. 분데스방크는 "전반적인 경제성과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면서 "산업 부문의 지속적인 하강세가 (마이너스 성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데스방크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심화,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도 없이 갑자기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고조와 이에따른 불확실성 강화 등으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영 3개국은 독일 최대 수출 시장이다. 독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는 것도 독일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가운데 하나인 폭스바겐을 비롯해 고급차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유럽과 중국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함께 전기차로 이동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기술개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역시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분데스방크 전망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3·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경제전망에서 독일 경제가 이번 분기 -0.25%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독일이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되는 지표들 역시 경기침체 전망을 강화해주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의 경기체감도를 묻는 설문조사인 ZEW 조사에서 8월 지수는 -44.1을 기록해 2011년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 역시 크게 밑도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독일 ING은행의 카스텐 버젠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 분기 더 마이너스 성장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무역갈등,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 더 큰 그림이 마침내 전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 가운데 하나인 독일 경제를 어렵게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경제 침체가 유로존, 미국, 나아가 전세계 경제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젠스키는 "전세계에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의 외국 제품 수요 둔화 또는 독일 경제 둔화가 유로존 둔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미국에도 어느 정도 부메랑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그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정말로 승리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그 충격이 결국에는 돌아 돌아 미국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무역전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경제학자들의 모임인 전미기업경제학회(NABE)는 이날 자체 설문조사 결과 기업경제학자들의 74%가 무역전쟁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릇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2021년 말에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응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대한 뿌리깊은 두려움때문에 재정흑자를 푸는데 매우 소극적인 독일 정부가 이번에는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이 18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랬던 것처럼 500억유로 규모의 재정패키지를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며 재정정책 패키지를 들고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감세부터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등의 정책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 역시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 경제가 휘청함에 따라 다음달 12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재 마이너스인 정책금리를 더 떨어뜨릴 것이 확실시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