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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스완’이 몰려온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8 17:42

수정 2019.08.18 17:42

노딜 브렉시트·유럽 車분쟁·환율전쟁 등 세계경제 악화시킬 위험성 높은 불안요인
伊재정적자·홍콩사태·韓日분쟁 등도 포함
세계 경제와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불안요인들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장단기 금리 역전이 블랙스완이라면 이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높은 이른바 '그레이 스완(Gray swan)'이 시장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레이 스완'은 이미 시장에 알려져있거나 예측가능한 악재지만, 해결책이 없어 위험이 그대로인 상태를 말한다.

마켓워치는 17일(현지시간) 세계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 심화, 세계경기침체 같은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현실화하면 대형악재가 될 수 있는 블랙스완 외에도 다양한 악재들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레이스완의 대표주자는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도 맺지 않고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이다.

현재 흐름으로만 보면 브렉시트 마감시한인 오는 10월 31일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리사 메이어 이어 영국 총리에 오른 보리스 존슨이 강경파라는 것이 노딜 우려를 높이는 배경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무슨 일이 있든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딜 브렉시트에 따르는 어떤 결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보수당 내에서는 오는 24일 존슨 총리가 일방적인 브렉시트를 결행할 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노딜 브렉시트 후유증은 심각할 전망이다. 영국 의회예산국(OBR)은 지난달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EU에도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경기둔화 속에 독일이 휘청하면서 타격을 받고 이는 유럽은 브렉시트가 불러 올 불확실성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유럽은 자동차 관세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유전자조작(GMO) 소고기를 비롯해 미국과 무역협상 의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아직 본격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EU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듭된 자동차 관세 위협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5월 17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여서 관세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물리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한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지만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하면 EU는 일본과 함께 1280억달러어치 수출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이는 EU와 미국간 무역갈등을 급격하게 끌어올린다.

유럽은 지난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물리는 미국에 대응해 미국산 철강에 25% 관세를 매기고 있다. 양측은 또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와 이에 대응한 EU의 보잉 보복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간 무역긴장은 양측간 경제통합 정도를 감안할 때 미중 무역전쟁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 경제 전체를 소용돌이치게 할 또 다른 대형 그레이스완은 환율전쟁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뉴질랜드, 인도, 태국 등 각국 중앙은행도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리인하 같은 통화완화는 통화가치 하락을 부른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아예 지난 5일 달러당 7위안을 웃도는 환율을 허용하는 이른바 '포치'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통화완화 조처가 수출확대를 위한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부양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PBOC의 포치에 대해서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시장에서는 환율조작으로 보지 않지만 트럼프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재무부를 동원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도 환율조작일 가능성을 거론하며 보복을 위협하고 있다.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세계 경제는 격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이탈리아 재정적자, 이란 경제제재를 둘러싼 갈등, 홍콩 시위,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 그리고 한국과 일본, 미국과 인도간 무역분쟁을 비롯한 각국간 무역분쟁도 세계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는 그레이스완으로 지목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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