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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강계·평양…北, 미사일 주요 거점서 신형 개발에 박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며 공개한 신형 발사체의 발사 모습.(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며 공개한 신형 발사체의 발사 모습.(노동신문)© 뉴스1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연이어 발사하며 북한의 미사일 시설 가동 수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개발하는 주요 거점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일련의 신형 발사체 시험 발사에도 이들 거점의 '활약'이 있었다는 것이 18일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 몇 년 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시설 중 하나는 함흥에 위치한 '17호 공장'이다. 함흥 17호 공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가속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있어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 공장은 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 연료를 개발한 시설로 지목된다. 17호 공장 일대에는 화학단지와 비료 단지가 연계돼 있으며 북한의 국방과학연구소의 화학 연구 시설도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처음 등장한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사용된 고체 연료가 이곳에서 개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용 고체 연료는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사항 중 하나다. 액체 연료의 경우 미리 연료를 충전할 수가 없고 발사 전 주입 과정에서 충전해야 하는데 주입하는데 시간이 소요돼 다른 나라의 정보망에 관련 동향이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 기동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고체 연료는 액체 연료에 비해 전략적 활용이 용이하다. 미리 연료를 충전해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사 동향을 외부에 노출시킬 소지가 적으며 빠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올 들어 발사한 미사일과 방사포 역시 모두 고체 연료가 사용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발사한 발사체를 대부분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3월 함흥 17호 공장에서 눈에 띄는 동향이 없다고 분석했는데, 북한은 이후 두 달여 만인 5월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미 그 시점에 수시로 활용이 가능한 고체 연료를 비축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강도 강계시에 있는 '26호 공장'도 새 미사일 개발의 핵심 시설로 보인다.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으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포탄과 폭탄, 방사포탄 및 미사일 탄두 등이 개발된 것으로 파악된다.

'뜨락또르(트랙터)'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상당수 군수 공장을 민수 시설로 위장해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신형 발사체의 시험 발사를 연속적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 신형 발사체에 활용된 포탄들이 대부분 기존 북한이 활용하던 것에서 개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은 스커드 B 미사일의 개량형"이라며 "기존에 활용하던 것보다 탄두의 중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26호 공장 외에도 자강도 일대에는 군수 시설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5호 공장(2.8기계종합공장), 93호 공장(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 4월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첫 회의를 계기로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인 김재룡을 내각 총리로 앉혔는데, 최근 북한의 군사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군사 행보와 관련해서는 만경대 약전 기계공장과 평양 약전 기계공장의 동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전언도 있다.

약전 기계공장에서는 세밀한 기계 장비와 미사일에 사용되는 폭약을 개발·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3일 자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한 군수 분야 과학자들 103명을 대거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만경대와 평양 약전 기계공장에 근무하는 인원들이 대거 명단에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평양 인근에도 상당수 군수 공장이 위치해 있는데 산음동 일대에는 미사일 개발 단지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아울러 이들 시설들은 대부분 북한의 군수 경제를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회에 소속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