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체계적인 공무원 재교육 프로그램 절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2 17:42 수정 : 2019.08.12 17:42
"제가 사무관일 땐 공직사회가 가진 지식의 총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이 본인의 사무관 시절을 회상하며 전한 말이다. 당시는 국회·학계·산업계보다도 정부에 축적된 지식의 양이 압도적이어서 적극적으로 국가정책을 설계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었다는 취지였다.

젊은 사무관이 나이 지긋한 국회의원들에게 법안을 설명해도 의견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자신의 손에서 태어난 법안이 국회를 거쳐 현실에 반영돼 문제점이 개선되는 성공의 경험들이 축적됐고, 책임감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도 덩달아 쌓였다는 것이다.

그가 이 같은 말을 꺼낸 이유는 최근 젊은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지금은 지식의 총량이 국회와 민간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국회의원의 역량과 입법조사 기능이 크게 향상됐고, 산업계는 잘게 세분화돼 이미 각 분야가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한 지 오래다.

국회가 쏟아내는 지적들과 산업계의 전문성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들이 한데 뭉쳐 젊은 공무원들이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하루하루 막아내기 급급한 업무 현실에 전문성을 쌓기도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이미 구성원의 전문성을 위해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공직사회는 처음 합격한 이후 수습교육을 받고 나선 과장급 승진 직전까진 체계적인 재교육 체계가 전무하다. 전문성 향상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둔 실정이다.

국가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에도 교육담당 부서는 인재개발과 단 한 곳이다. 이마저도 정책을 다루기보다는 집행부서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은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정부혁신을 강조하며 "우리 국민의 수준은 매우 높다. 정치와 행정 수준이 오히려 크게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토크빌은 한국 사회를 보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그들 공무원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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