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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민낯, 느린 인터넷에 속타는 독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6 15:56

수정 2019.08.06 15:56

유럽의 5세대(5G) 통신망 설치.로이터뉴스1
유럽의 5세대(5G) 통신망 설치.로이터뉴스1


유럽연합(EU) 내 최대 경제대국이자 유럽 대륙의 산업을 견인하는 독일의 인터넷 속도가 주변국은 물론 훨씬 땅덩이가 큰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느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예산 절감을 위해 시설투자를 게을리 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이 독일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 통신망 시장조사업체인 우클라가 측정하는 스피드테스트글로벌 지수를 인용해 독일의 인터넷 속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에 다운로드 속도를 기준으로 측정한 국가별 평균 인터넷 속도 순위를 살펴보면 독일의 순위는 케이블을 꽃아 사용하는 고정식 통신망 부분에서 전체 33위였으며 모바일 속도에서는 47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고정식 통신망에서 세계 3위(1위와 2위는 각각 싱가포르, 홍콩), 모바일에서 1위였다.

독일의 순위는 주변 유럽국에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다.
고정식 통신망 순위만 보면 루마니아(4위)와 스위스(8위), 헝가리(10위) 등이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으며 모바일 속도에서도 노르웨이(2위), 네덜란드(5위) 등에 크게 밀린다. 독일의 인터넷 속도는 영토가 훨씬 큰 미국(고정식 7위, 모바일 37위)보다도 열악하다.

WSJ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시설투자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EU는 이미 지난 2010년 보고서에서 회원국 통신사들이 광섬유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했으나 독일 통신시장에서 지배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는 도이체텔레콤은 보다 저렴한 방법을 택했다. 도이체텔레콤은 광섬유 도입 대신 2012년에 기존 구리선 통신망의 신호 간섭을 줄여 통신속도를 높이는 '벡터링' 기술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해당 기술은 새로 광섬유를 도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근본적으로 구리선을 이용하는 만큼 속도 향상에 한계가 있다. 이에 도이체텔레콤측은 전국 80%의 가정에 최소한 50Mps(초당 50MB) 속도의 인터넷을 보급하라는 독일 정부의 요청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정부는 2017년에에 벡터링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대적인 광섬유 투자를 선언했으며 도이체텔레콤도 2025년까지 독일 영토의 90%에 5세대(5G) 통신망을 보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당장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보니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기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막대한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 인터넷 속도는 교외지역으로 갈수록 느린 상황인데 지역경제 중심의 독일 경제, 특히 본사가 지방에 많은 독일 기업계를 감안하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독일 미디어 기업 베텔스만의 토마스 라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사업은 콘텐츠와 접근성, 접근성을 현금으로 만드는 것인데 만약 기술적 기반시설의 부족으로 접근성이 줄어든다면 이는 물론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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