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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초강경 브렉시트 내각 구성…‘노딜’ 쐐기 박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5 17:44

수정 2019.07.25 18:51

메이 전 총리 내각 모두 물갈이 "99일 안에 탈퇴할 것"
"EU가 반민주적인 백스톱 조항 없앨 것" 충돌 불가피
가을 의회해산·조기총선 통해 ‘노딜 판' 새로 짤수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초 강경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인사들로 구성된 내각을 구성했다. 존슨 총리는 또 '만약 또는 그러나' 같은 조건을 달지 않고 오는 10월 31일 마감시한에 맞춰 앞으로 99일 안에 EU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을께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통해 노딜도 확실한 대안이 되도록 할 계획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반드시 달성"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영국 여왕으로부터 총리 임명장을 받은 존슨은 총리관저 앞 연설에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의 우유부단함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기성 정치권에 맞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마감시한 안에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메이 전 총리 내각을 모두 물갈이 한 존슨은 '회의론자, 비관론자, 판단만 하는 이들'에 맞서 전쟁을 선언하고 "만약이나 그러나 없이" 영국은 99일 안에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은 심지어 전임 메이 총리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은채 그가 지난 3년 동안 브렉시트와 관련해 우유부단하게 행동해왔다며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다.
존슨은 기성권위를 뒤 엎듯하는 거친 연설 끝에 "3년간의 근거없는 자기회의를 끝내고 이제는 기록을 바꿀 때"라며 브렉시트 의지를 다졌다.

이날 존슨은 이전 메이 총리 장관 15명 가운데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자신만의 브렉시트 내각을 구성했다. 존슨 취임 이전에 이미 사퇴한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등과 달리 아직 사임하지 않고 남아있던 장관들을 모두 쳐내고 그 자리에 브렉시트 초강경파들을 꽂았다. 부총리 역할까지 하는 외교장관에는 도미닉 라브가 임명됐다. 라브는 노딜 브렉시트를 관철하기 위해 의회가 이를 반대한다면 그 권한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초강경 브렉시트파인 프리티 파텔이 내무장관에 올랐고, 또 다른 유럽 회의론자인 안드레아 리드솜이 기업부 장관 자리를 거머쥐었다.

또 존슨은 보수당내 브렉시트 강경파가 결집된 유럽 리서치 그룹(ERG) 리더인 제이콥 리스-모그가 하원 의장을 맡도록 했다. 주요 브렉시트파인 마이클 고브는 내각부 장관이 됐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파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한 도미닉 커밍스는 총리 수석 보좌관이 됐다. 재무장관이 된 사지드 자비드만이 새 내각에서 유일하게 국민투표 이전 반브렉시트파다. 자비드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충격을 대비해 영국 경제에 재정이라는 실탄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가을 의회해산, 조기총선 전망도

존슨은 EU가 결국에는 '반민주적인 백스톱' 조항을 없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EU와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얘기가 나오기 훨씬 오래 전에 아일랜드와 영국이 맺은 국경협정을 지속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말한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지금처럼 아일랜드와 영국 땅인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국경장벽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 국경을 만들게 되고, 이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계속해서 EU 관세동맹 내에 잔류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그러나 백스톱 조항이 빠질 것이라는 존슨의 주장을 일축했다.

EU와 협상이 결렬되면 존슨은 노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의회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을 찾게 될 전망이다.
해먼드 전 재무장관이 존슨에 맞서는 의원들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지만 일부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존슨이 아예 10월31일전에 조기총선을 실시, 판을 새로 짜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커밍스를 선거 책임자로 내세워 조기총선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 기반을 다지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존슨이 브렉시트 강경파로 내각을 새로 구성하면서 해먼드 전 재무장관은 물론이고,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내비쳤던 제러미 헌트 전 외교장관, 데이비드 리딩턴 전 부총리, 리암 폭스 전 무역장관, 페니 모던트 국방장관, 그레그 클라크 기업장관 등 30명 이상이 노딜 브렉시트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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