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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1달러’ ‘판도라 상자’ 열리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4 17:18

수정 2019.07.24 17:18

‘존슨의 브렉시트’ 우려 확산.. 파운드 급락땐 英 경제 큰 충격
인플레이션 급등·자본 이탈 등 마감시한 앞두고 위험성 커져
‘1파운드=1달러’ ‘판도라 상자’ 열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보리스 존슨이 영국 총리에 등극하면서 '1파운드=1달러'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1파운드=1.25달러' 수준에서 파운드가 급락할 경우 장기적으로 균형을 찾기 전까지는 영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배로 치솟고, 투자가 급감하며, 자본이 이탈하는 등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정도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와 협정 여부에 관계없이 마감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반드시 EU를 탈퇴한다는 존슨 총리 공약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파운드를 뒤흔들면서 영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파운드=1달러' 돌입하나

CNN비즈니스는 23일(현지시간) 존슨의 총리 취임이 영국 파운드 급락세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 마감시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EU 탈퇴를 결행한다는 존슨의 다짐이 실제로 노딜 브렉시트로 이어지면 이는 우선 영국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고 가고, 파운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 것으로 영국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운드 하락세가 달러와 파운드 등가 수준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한다.
UBS의 영국 금리전략 책임자 존 레이드는 "노딜 브렉시트 위험은 (존슨 내각에서는) 매일 매일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단지 (브렉시트 협상)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파운드가 자석에 끌리듯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드는 여전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영국이 EU와 협정을 매듭짓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파운드가 지금보다 20% 더 하락해 달러와 등가가 되는 상황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간스탠리도 분석노트에서 '1파운드=1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파운드는 파운드당 1.00~1.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는 또 노딜 브렉시트가 아니더라도 존슨이 그저 EU와 협상에서 강경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파운드는 1.10~1.2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파운드는 1985년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 달러 강세를 억제토록 합의한 '플라자 합의'를 맺기 직전 파운드당 1.05달러까지 내려간 적이 있지만 이후 등가에 접근한 적은 없다. 한때 '1파운드=2달러' 시대를 누리기도 한 파운드는 그러나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계기로 급락세를 타고 있다. 국민투표 이전 1.5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던 파운드는 이후 하락세를 탔고, 존슨 총리로 낙점된 뒤에는 1.25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10월 31일 브렉시트 마감시한이 가까워지면 파운드는 1.20달러 이하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 2배 급등, 외국인 자금 회수

파운드 하락은 단기적으로 영국 경제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영국의 독립적인 정부기구로 예산 흐름을 감시하는 예산책임국(OBR)은 노딜 브렉시트가 경기침체를 유발해 내년말 영국 GDP를 2% 쪼그라들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에따른 세수감소와 EU 재정후원금 중단 등의 여파로 영국 정부는 매년 300억파운드(약 44조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파운드 추락은 경기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에 쓰나미를 몰고 오게 된다.

수입물가가 뛰면서 물가상승률이 덩달아 급등한다. 레이드는 파운드-달러 등가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2배 높아져 물가상승률을 4~5%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 하락에 따른 여행수지 개선, 수출 증가 등은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같은 경제적 충격을 상쇄할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영국의 관광수입은 10%에도 못미치고, 수출 역시 30% 수준에 불과하다. 수입물가 상승과 이에따른 물가상승, 소비자들의 구매력 위축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파운드 하락은 또 달러 채무부담 급증, 외국인 이탈도 부른다. 달러 빚을 들여온 영국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외국인들이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다시 주목하면서 돈을 뺄 가능성도 높아진다.


버진애틀랜틱 항공 등 버진 계열사들을 소유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은 이달초 BBC와 인터뷰에서 버진 계열사의 모든 비용은 달러로 처리된다면서 파운드가 추락하면 영국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3월말 현재 300억파운드로 GDP의 5.6% 수준이다.
국제 기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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