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차기 영국 총리에 '보리스 존슨' ... 브렉시트 완수 과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3 21:31

수정 2019.07.23 21:31

Boris Johnson speaks after being announced as the new leader of the Conservative Party in London, Tuesday, July 23, 2019. Brexit champion Boris Johnson won the contest to lead Britain's governing Conservative Party on Tuesday, and will become the country's next prime minister. (AP Photo/Frank Augste
Boris Johnson speaks after being announced as the new leader of the Conservative Party in London, Tuesday, July 23, 2019. Brexit champion Boris Johnson won the contest to lead Britain's governing Conservative Party on Tuesday, and will become the country's next prime minister. (AP Photo/Frank Augstein) /뉴시스/AP /사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이 테레사 메이 총리 뒤를 이어 영국을 이끌게 됐다. 영국 보수당은 23일(현지시간) 정오 런던에 위치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센터에서 보수당 당대표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존슨 전 장관이 경쟁자였던 제레미 헌트 현 외무장관을 제치고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이로써 존슨 전 장관은 오는 24일 영국 왕실에게 제77대 신임 총리로 임명장을 받고 총리 관저에 입성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게 된다. 존슨 차기 총리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게 됐다.

한편 예상대로 존슨이 차기 총리직을 맡게 되면서 영국 안팎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는 반응이다.
집권 보수당 내 반대파들은 존슨이 합의 없는 브렉시트(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경우 불신임 투표를 제기하거나 야당과 연합할 예정이며 EU 역시 어떻게 해서든 노딜은 피하자는 분위기다.

■존슨, 23일 보수당 대표 등극... 24일 총리취임
보수당은 이날 지난 22일 약 16만명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당 대표 경선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존슨 전 외무장관이 9만2153표, 제레미 헌트 현 외무장관이 4만6656표를 얻었다고 밝혔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보수당의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특별한 명예와 특권'"이라며 "나는 나를 의심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영국에 활력을 불어넣고 어떤 시련이 있어도 오는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완성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신뢰에 보답해 나갈 것"이라며 "이제 선거운동을 끝내고 이 놀라운 나라를 통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로 활동하며 영국 보수층의 이목을 사로잡은 존슨은 영국 남부 헨리 지역에서 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금발 더벅머리에 펑퍼짐한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던 존슨은 유권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2008년 수도 런던의 시장에 당선됐다. 2016년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 운동을 이끌며 '강경 브렉시트'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테리사 메이 총리에 의해 외무장관에 발탁됐지만 브렉시트 추진 방향을 둘러싼 갈등으로 2018년 사퇴해 다시 보수당 평의원으로 돌아갔다.

이후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했던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가 세 차례나 실패하자 강력한 리더를 찾기 시작한 보수당원들에 의해 다시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4월 차기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2%의 지지를 받던 그는 다음 달인 5월께 40%의 지지율, 본격적인 보수당 경선이 시작된 6월에는 5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후보로 등극했다.

■노딜이면 분열 불가피
존슨 전 외무장관은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부터 브렉시트 완수를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 최종 기한인 10월 말까지 EU와 새로운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앞으로 90여일 동안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그동안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각료들은 존슨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앨런 던컨 외무차관은 23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존슨이 브렉시트를 직감으로 조종하는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고 제임스 문화차관 역시 지난 18일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사표를 냈고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 역시 존슨이 취임하기 전에 사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지는 22일 보도에서 보수당 내 노딜 브렉시트 반대파가 존슨의 첫 연설과 장관 인선을 주목하고 있다며 만약 그가 만족스러운 해법을 내지 못할 경우 야당과 연합해 존슨을 저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전직 장관은 보수당 하원 의원들 가운데 반(反)존슨 세력이 최소 42명이라며 이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거나 존슨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날 중도 우파인 영국 자유민주당 및 스코틀랜드국민당 의원들은 존슨이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목적으로 의회를 정지시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존슨의 보수당 대표 선출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리스 존슨은 해로운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면서 보수당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영국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며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의 국민 의료서비스가 미국 기업들에게 매각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영국 국민들은 향후 총선에서 누가 총리가 될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