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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에 벌벌… 보수당에 등 돌린 英 재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6 18:04

수정 2019.07.16 18:04

총리후보 2명 모두 EU탈퇴 가능
보수당 정치헌금 24%나 급감
보리스존스. AP뉴시스
보리스존스. AP뉴시스
전통적인 보수당 지지층이자 돈줄인 영국 재계가 등을 돌리고 있다. 유력한 총리 후보 2명 모두 때가 되면 협정없이도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할 수 있다는 노딜 브렉시트를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 주요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강경파가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영국 주요 기업 소유주 또는 경영진들이 보수당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치헌금 흐름을 통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1·4분기 보수당 정치헌금은 1·4분기 기준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4분기에 비해 24% 급감했다.

스트래스클라이드대의 존 커티스 정치학 교수는 보수당 자금 대부분은 기업과 기업인들로부터 나온다면서 이제 "보수당은 이들 전통적인 물주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 훨씬 더 힘들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식품업체 모마푸드 설립자인 톰 머서는 "모두를 기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보수당은 그렇게 하려고 함으로써 신뢰를 잃었다"면서 지난 3년간 보수당원이었고, 선거운동에도 참여했지만 지난해에는 실망감으로 당비를 건너뛰었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정치지형을 바닥부터 뒤집어 놓고 있다.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노동당은 브렉시트를 통해 이민유입을 막고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웨일스 등 공업지대의 전통적인 지지층을 잃었고,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두고 내분을 겪으면서 강경파가 '브렉시트당'을 만들어 탈당하면서 세가 크게 약화됐다.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여차하면 브렉시트당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보수당 당권 경쟁에 뛰어든 유력주자들은 모두 노딜 브렉시트도 선택 가능한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상황이 됐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사진)은 EU와 협정을 맺건 못맺건, 어떤 일이 있어도 마감시한인 10월31일에는 EU를 탈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경쟁자인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도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인들은 브렉시트 때문이 아니라 지난 3년간 보수당이 우왕좌왕하며 브렉시트 혼선을 빚을 것에 대한 실망으로 보수당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또 이같은 혼선에도 불구하고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을 비롯한 유명 기업인 일부는 브렉시트를 찬성하고, 보수당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체로 영국 재계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EU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크지만 다른 이유들도 많다. 우선 브렉시트 뒤 EU와 교역에서 관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높고, 통관 서류작업도 필요해진다.
보수당에서 등을 돌리는 재계 인사들은 주로 브렉시트 반대를 외치는 자유민주당(LD)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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