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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기' 시작된 재건축… 사업 멈추면 기존주택 가격 폭주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4 16:57

수정 2019.07.14 17:02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공식화… 과연 집값은 잡힐까
김현미 장관 '벼르던 카드'..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도 포함
과도한 차익실현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 늘릴 가능성 커
시장에선 이미 부작용 예측
강남 재건축 사업성 줄면 올스톱..강북·수도권으로 공급부족 확산
기존 신규 아파트 쏠림 불보듯
과거에도 '로또 아파트' 양산
세곡·미사강변 보금자리주택, 시세 반값 분양가로 공급됐지만 전매제한 끝나자 가격 수직상승
'눈치보기' 시작된 재건축… 사업 멈추면 기존주택 가격 폭주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눈치보기' 시작된 재건축… 사업 멈추면 기존주택 가격 폭주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앞으로 분양가상한제가 불러올 주택시장의 모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지자체가 구성한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택지비와 건축비에 가산비를 적용해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것으로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통제를 해왔지만 최근 일부 단지에서 이에 반발해 후분양을 검토하자 직접 통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민간택지까지 적용할 경우 일부 수요자에게 '로또 주택'만 공급하는 꼴이 되고 시장에는 공급부족, 기존 신축아파트 가격 급등 등 잃는 게 많다며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관련, "검토할 때가 됐다"며 "대상과 시기, 방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앞서 "강남권 아파트들이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을 대폭 낮추고 적용 대상도 관리처분 신청이 아닌 입주자 모집공고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내용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행령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곳이어야 하며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 1, 국민주택(전용면적 85㎡) 규모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하거나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을 때 등 세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전매제한 조치까지 대거 적용

정부가 조만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 내 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과 대상이 대폭 확대하면 주택시장 여건은 여러가지로 크게 달라진다.

우선 분양가 산정기준이 더 까다로워진다.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 지역에서 분양을 하려면 건설사는 분양승인 신청 때 분양가격과 관련한 상세 내역을 제출해야 하고 입주자 모집공고 때도 이를 자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분양가는 택지비, 택지비 가산비, 기본형 건축비,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를 합산해 이 금액 이하로만 분양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승인 형식을 통해 해당 사업장 인근에서 분양한 지 1년 이내 단지가 있을 경우 그 단지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하거나 준공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이 아파트의 평균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분양가 규제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상세하게 따져 분양가격을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은 전매제한조치를 강력하게 적용받게 된다. 현재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수도권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개발된 경우 분양가가 시세의 70% 미만인 경우 5~8년, 시세의 70~85%인 경우 3~6년, 85% 이상인 경우 2~4년을 적용받고 있는데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도 이를 준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내 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전매제한 조치를 길게 가져가는 것은 수분양자의 과도한 차익실현을 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강남집값 따라 급등

그러나 정부가 분양가 통제를 통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정책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이를 통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정책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 보금자리주택처럼 일부 소수의 수혜자들에게 이른바 '로또 주택'만 뿌려대는 선심성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서울 세곡지구나 미사강변도시 등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주변 시세 대비 반값에 가까운 분양가로 공급된 아파트들이 주변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집값에 맞춰지는 결과로 나타났었다"며 "결국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았던 사람들은 나중에 시세차익을 두세배 이상 챙기는 엄청난 로또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에서 지난 2010년께 보금자리주택이란 이름으로 시세의 70% 안팎에 분양됐던 아파트들은 어떻게 됐을까. 정부의 기대와 달리 10년이 지난 현재 이들 아파트는 모두가 당시 분양가의 3~4배가 넘는 아파트가 돼 있다.

세곡지구 내 강남엘에이치e편한세상은 당시에 전용면적 59㎡가 2억554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재 시세는 10억원에 달한다. 무려 4배가 오른 셈이다. 또 세곡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가 3억4200만원에 분양됐는데 현재 11억5000만원을 넘는다. 3배가 올랐다.

2011년 서초구 우면지구에서 분양된 단지들도 다르지 않다. 전용면적 59㎡가 2억5000만원 정도에 분양됐는데 현재 10억원에도 매물을 못 구한다. 역시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당시 주변 집값을 잡기 위해 거의 시세의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공급된 아파트들은 전매제한기간이 끝나자마자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주변 지역 집값을 끌어내리기보다는 오히려 보금자리주택 자신들이 주변 지역 아파트 가격에 어깨를 맞춘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던 소수의 수분양자들만 순식간에 4배가 넘는 시세차익으로 집부자 대열에 올라있다.

■강북지역도 공급 뚝 끊길 수도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해당 지역에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일단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모두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조만간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을 관리처분 신청 단계가 아닌 입주자모집공고로 바꿀 계획을 명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도 모두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하게 될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급증하게 돼 사업을 추진할 원동력을 잃게 된다.

문제는 서울 강남권만 공급이 끊기는 게 아니라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주요 지역도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 사업이 올스톱된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하에서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일반분양을 통한 재원조달이 힘들게 돼 사업이 중단되는데 다른 지역은 사업성을 따져볼 상황도 못된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 강남권은 물론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도심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게 된다.

■기존 주택만 희소성으로 더 오르면 어떻게 하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가 서울과 주변 도시의 신축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과 주요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끊기면 기존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신축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만 보더라도 이 같은 신축 쏠림 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래미안대치팰리스로 최근 전용면적 84㎡가 28억원을 넘어섰다. 입주한 지 3년이 조금 더 된 새 아파트이다보니 바로 옆의 대치아이파크(전용면적 84㎡)나 도곡렉슬(전용면적 84㎡)보다 7억원 이상 비싸다. 대치아이파크나 도곡렉슬도 각각 2007년과 2006년 입주한 비교적 새 아파트임에도 래미안대치팰리스가 워낙 최신 아파트다보니 가격차를 크게 벌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포동의 신축 아파트가 대치동 아파트 가격을 웃도는 기현상까지 생겨났다. 올 초 입주를 시작한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는 전용면적 84㎡가 최근 22억원을 돌파하면서 대치동과 도곡동의 최고급 아파트 가격을 넘어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포동은 대치동과 입지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지역임에도 신축아파트 프리미엄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생각조차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놀라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서울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현상이 가격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새 아파트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주변 아파트 값까지 덩달아 같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바로 옆 단지의 가격을 기준으로 사업을 짤 수밖에 없고 재건축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근 신축 아파트에 맞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새 아파트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인데 공급 확대가 아닌 공급 축소를 부르는 정책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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