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최근 5년간 정부 소재산업 R&D예산 '제자리'

뉴스1

입력 2019.07.14 06:30

수정 2019.07.14 09:12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2012~2017년 소재산업 재원별 연구개발비 현황(자료=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2012~2017년 소재산업 재원별 연구개발비 현황(자료=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일본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일본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등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근 5년간 정부가 소재산업에 투입한 연구개발(R&D) 예산은 거의 '제자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재분야 기업들이 충당하는 민간 재원의 R&D 비용 규모는 2012년 3조6782억원에서 2017년 약 5조4000억원으로 46% 이상 늘어난 반면 정부의 공공재원은 3225억원에서 3267억원으로 겨우 42억원(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소재 산업 전체 R&D 규모가 4조원에서 약 5조7300억원으로 43% 이상 늘어났지만 이는 기업들의 민간 재원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일본이 '경제보복' 무기로 삼은 반도체 핵심 소재가 포함돼있는 화합물 및 화학제품(의약품 제외) 분야 예산은 2016년 약 2200억원에서 2017년 1940억원대로 11% 가량 줄었다.

14일 정부 출연연인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가 이달초 발간한 '2018 소재기술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소재 산업의 R&D 비용 총계는 5조7318억원으로 전년(4조9953억원) 대비 14.7% 증가했다.

2012년부터 흐름을 보면 4조7억원에서 2013년 4조4421억원으로 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가 2014년에 4조1617억원으로 6.3% 줄었다. 그러다가 2015년에 4조5400억원으로 증가한 뒤 2016년 4조9953억원, 2017년 5조7318억원까지 3년 연속 늘었다.

소재 산업에서의 R&D 비용은 재원에 따라 크게 정부 주도의 '공공재원'과 기업이 담당하는 '민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정부공공재원은 3267억원으로 5.7%를 기록했다. 나머지 94.3%가 민간에서 조달한 재원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2012년 이후 소재 산업 R&D에서 정부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R&D 비용이 계속 증가했지만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오히려 민간 재원만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 소재산업 R&D 예산에서 정부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8.1%에서 2013년 9.0%, 2013년 9.2%로 2년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2015년엔 8.3%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하다가 Δ2016년 6.8% Δ2017년 5.7%로 3년 연속 떨어졌다. 최고치였던 2014년 9.2%와 견주면 2017년에 3.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그만큼 정부의 R&D 지원이 소재산업에서 열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016년 기준 정부의 제조업의 R&D 지원 예산은 1조6798억원에서 2017년에 2조2977억원으로 36.8% 늘었으나 같은 기간 소재산업 지원 규모는 3362억원에서 3244억원으로 오히려 118억원 감소했다. 제조업에 대한 R&D는 늘었지만 소재는 줄어든 것이다.

특히 소재 산업에서 정부재원 의존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섬유제품으로 그 비중이 19.5%에 달했다. 2017년 섬유제품 분야의 총 R&D 비용이 1727억원인데 이 중 336억원이 정부 재원이었다.

소재 산업에서 R&D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화학물 및 화학제품으로 3조5517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2조8100억원보다 26.4% 증가했다. 화학제품 소재 분야의 대표 제품으로는 최근에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 대상으로 꼽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수소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의 화학소재 분야 R&D 지원은 2016년 2194억원에서 2017년 1949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재 분야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기술개발의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아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가 바뀌면서 소재 뿌리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 정부의 R&D 지원은 제자리에 그친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정부와 여당도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국산화를 위해 연간 1조원 규모의 집중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은 연 1조원 규모를 집중 투자해 수출규제품목과 제재가능품목의 자립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수출규제 사태가 근본적으로 '정치·외교적' 갈등에서 비롯된 데다가 정부의 소재 산업 R&D 예산이 감소하는 등의 원인을 외면한 채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소재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등한시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지난 10일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회사가 오히려 일본 업계를 1위로 띄워 올리는 역할을 한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 (소재·장비) 기업에는 거의 지원을 안 한다"고 주장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도 지난 12일 대정부질문에서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반도체 산업 피해는) 30년 동안 일본 회사에 의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