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현장르포] 대형스크린에는 지붕위 뛰어다니는 소방관 모습이…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1 19:34

수정 2019.07.11 19:34

세종시 소방청 119종합상황실
벽면 절반 차지 대형모니터에는 전국 사고 정보 끊임없이 올라와
중대상황땐 소방청장 직접 지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의료·구급 의사 3명 24시간 상주
세종시 정부2청사에 위치한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의 모습. 전국 화재·구조·구급·생활 안전 등 모든 정보가 집결하는 장소로 전국 소방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소방청 제공
세종시 정부2청사에 위치한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의 모습. 전국 화재·구조·구급·생활 안전 등 모든 정보가 집결하는 장소로 전국 소방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소방청 제공
벽 한 면 전체를 채운 스크린에 화재 보고가 들어오자 1번 PC 담당자 송성호 주임은 분주했다. 그는 "경북 구미 발리 모텔 화재 실시간 파악과 현장 화면 자료 부탁한다"고 외쳤다. 곧바로 '발리 모텔 1층 주차장에서 연기와 불 / 필로티 구조'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난 9일 방문한 세종시 정부2청사에 위치한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은 전국에서 발생하는 화재·구조·구급·생활 안전 등 모든 정보가 집결하는 장소다.
이들이 협력해 소방청 18개 시도 본부, 219개 소방서, 약 5만1000명의 소방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소방청은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7월 42년 역사상 처음으로 행정안전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덕분에 더욱 효율적인 소방·구급·구조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전국단위 소방자원도 소방청장이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어 초기 화재진압이 수월해졌다. 지난 고성·속초 산불이 성공적으로 진압된 배경이다.

■소방안전 "종합 컨트롤타워"

첩보물에서나 볼법한 대형스크린에 구조상황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현장상황도 생중계됐다. 소방관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구조 활동을 벌였다. 전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서로 다른 5개 상황이 분할된 화면위로 나타났다.

벽의 절반 넘게 차지할 만큼 큰 모니터 3개가 정면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한 모니터에는 채팅방 화면이 띄워져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고 진행 상황은 어떤지를 담은 말풍선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 채팅방에는 소방청 상황실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어 관련된 모든 부처에 사고 현황이 실시간 전파된다.

운영업무를 맡은 권성환 소방령은 "퍼블릭 망(공공 재난망)으로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며 "카메라는 구조차량이나 구조대원의 유니폼에 부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상황실에서 '중대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소방청장이 상황을 직접 지휘·통제한다. 같은 건물 '지휘작전실'엔 소방청장 자리를 기준으로 A자 형태의 책상이 놓여 있다. 대형화면엔 도로교통공사, 기상청, 해경 등 협력기관이 보내는 75개 영상이 나타났다. 권 소방령은 "대한민국 소방안전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직통 보고'도 가능

종합상황실은 전국의 119 출동 현장을 파악·관리·지휘한다. 전국에서 분당 22여 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이 중 30%가 대응이 필요한 신고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1분당 6건 가량의 신고가 이곳 모니터에 오르는 셈이다. 상황실에선 신고 처리 상황을 파악하는 와중에 강릉 산불처럼 대형 사고가 발생해 다른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황실이 지시를 내린다.

상황실은 청와대를 비롯한 중앙 부처와도 언제든지 연결할 수 있다. 영상통화를 이용해 우려할 만한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실은 즉시 클릭 한 번으로 청와대와 연결해 보고할 수 있다. 권성환 소방령은 "얼마 전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순방 중에도 이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해외 국민들 의료상담도 담당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종합상황실과 비슷한 듯 다르다. 상황실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의료·구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응급환자 이송현황, 구급차 출동현황, 진행 중인 구급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현장에 필요한 의료 지원을 제공한다. 서울대학교에서 파견된 3명의 전문 의료 인력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국민들의 의료 상담도 이곳에서 맡는다. 현재는 아시아권 국가에만 해외 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화는 물론 이메일, 인터넷을 통해서도 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등 중대형 사고 지휘를 담당하는 중앙 부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라며 "센터별로 효율적으로 임무를 분배해 정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기 관제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헬기 관제를 담당하는 조익현 팀장은 전문 경력관으로 특별 채용한 경우다. 조 팀장은 전국 모든 헬기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헬기 조종사 시야가 악천후로 가려지면, 조 팀장이 무전으로 조종 방향을 지시해준다.

김효범 소방청 언론소통계장은 "지난해 기준 화재만 대략 4만4000건, 구조 8만여 건, 구급 27만여 건, 생활 안전 80만 건 정도 일어났다"며 "크고 작은 사건·사고 모두 119 종합상황실로 보고받고 현장을 관찰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방관들이 화재만 진압하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한다"며 "24시간 365일 교대근무로 풀가동해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hyeonsu@fnnews.com 강현수 김대현 박광환 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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