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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스러움' 벗고 젊어진 시장… 골목마다 '다른느낌·다른 맛'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0 16:50

수정 2019.07.10 16:50

서울 면목동 중랑동부시장
골목 넓고, 시장 입구엔 노점상도 없어 재래시장보단 시내 번화가 거리 느낌
지역 축제 등 큰 행사 개최도 가능..매년 열리는 '동아리축제' 대표적
서울시장상·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받아
지난 19일 서울 면목동 중랑동부시장에서 진행된 '우리동네 시장나들이' 행사에 참가한 지역 어린이들이 장보기를 체험하고 있다. 중랑동부시장 제공
지난 19일 서울 면목동 중랑동부시장에서 진행된 '우리동네 시장나들이' 행사에 참가한 지역 어린이들이 장보기를 체험하고 있다. 중랑동부시장 제공
'시장스러움' 벗고 젊어진 시장… 골목마다 '다른느낌·다른 맛'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여기가 시장이라고?' 서울 면목동 중랑동부시장을 찾았을 때 가장 처음 들었던 느낌이다. 중랑역과 가까운 북문 근처에는 핸드폰 판매점과 잡화점, 트렌디한 카페 등이 연이어 보였다. 시장이라기보다는 번화가에 있는 로데오거리나 먹자골목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시장을 찾은 이들도 어르신보다는 놀러 나온 어린 중학생들이 많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 번째 블록까지 가니, 시장다운 시장(?)이 나왔다. 야채와 고기 등 1차 신선식품을 파는 상점들이 노점상과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곳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이 시장을 둘러보며 지나치고 있었다. 150m 남짓한 작은 골목시장에 다양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 같지 않은, 젊은 시장'으로

동부시장의 '시장 같지 않음'은 상점 분위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시장 골목이 넓다. 두 번째 블록까지는 노점상도 없어서 방문객들에게 탁 트이는 느낌을 준다.

중랑동부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 정동철 단장은 "복개천을 기반으로 시장이 성장해서 골목이 넓은 것도 있지만 시장 입구에 노점상을 받지 않았던 상인회의 노력도 있었다"며 "그 덕분에 동아리축제 같은 큰 행사를 시장 골목에서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1차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때는 첫 번째 블록을 '젊음의 거리', 두 번째 블록을 '축제의 거리'라고 이름 짓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왔다.

다른 전통시장의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케이드도 설치되지 않았다. 아케이드 설치는 건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아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아 '시장스러움'이 나지 않은 효과가 생겼다. 지난 2003년 아케이드 설치를 위해 받아 온 예산은 전기배선과 하수도, 가스관을 지하화하고 상점 간판을 통일하는데 썼다.

1990년 초부터 중랑동부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아케이드가 없어서 비올 때는 장사가 좀 안 되긴 하는데, 오히려 냄새도 안 나고 깔끔한 것 같다. 다른 시장을 가면 우중충한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 시장은 밝지 않냐"라고 전했다.

중랑동부시장 임호현 상인회장은 "의류·잡화점 등이 전체 상점의 30%라서 '전통시장스러움', '재래시장스러움'이 많이 없다"며 "덕분에 젊은 층이 많이 와서 시장도 함께 젊어지고, 큰 위기 없이 성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임대료가 3.3㎡당 20만원 수준으로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빈 점포는 1~2개 정도 뿐이다. 이 때문에 해 뜰 무렵에 개점해서 해질녘에 문을 닫는 다른 전통시장과 달리, 동부시장의 상인들은 오전 10시께 문을 열어서 밤 10~12시까지도 장사를 하곤 한다.

■상인들이 지역 동아리 초청해 축제 열어

중랑동부시장의 '젊은 시장'이라는 타이틀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지역의 젊은 층과 계속 소통하려는 상인들의 노력이 거둔 결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매년 열리는 '동아리축제'다. 지난 2012년부터 열린 동아리축제는 시장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무대를 만들고, 지역의 동아리들을 초대해 경연을 펼치는 행사다. 1년에 적으면 3~5회씩 개최하면서 지난해까지 30회나 열렸다.

한 번 열릴 때마다 경연팀과 초대공연팀 등 15팀이 참여해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 종류나 나이제한은 없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과 성인들까지 한 무대에 선다. 춤부터 난타, 합창, 각설이 타령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져, 관객들도 500~700명씩 몰린다. 지난 2016년에는 러시아청소년예술문화단원 100여명을 초청해 특별공연을 하기도 했다.

정동철 사업단장은 유튜브 화면을 보여주며 "중랑동부시장에서 열린 동아리축제 때 벨리댄스를 한 영상이 조회수가 엄청 높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벨리댄스 여신'으로 유명해진 임성미씨도 이 축제에서의 영상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면서 축제 개최 공지를 하면 다양한 곳에서 문의가 온다. 시장 관계자는 "중랑, 망우, 노원, 회기지역은 물론, 경기도 구리 지역의 청소년 동아리나 교회에서도 참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호현 상인회장은 "대상부터 최우수상, 인기상 등을 시상하는데 상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한다.
그래서 참가자들이 시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순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전한다. 중랑동부시장의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지난 2014년에는 서울특별시장을, 2017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일부터 2차 문광형사업을 시작한 정동철 단장은 "1차 사업을 할 때부터 문화관광로드체험 행사나, 동아리 축제 등 내실 있는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을 계승발전 할 것"이라며 "중랑구라는 지역적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서울지역의 다른 단체들과도 연계하는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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