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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반도체 코리아에 취해 소재개발 시기 놓쳤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9 18:08

수정 2019.07.09 18:08

정부 구호로 끝난 '장비·소재 국산화'
2006년 정부 보고서의 경고 "일본의 독점, 전략적 무기될 것"
2010년 중기청도 지적 "국산부품으로 대체 서둘러야"
2016년에는 오히려 후퇴..1천억규모 R&D예산 전액 삭감
[이슈 분석] 반도체 코리아에 취해 소재개발 시기 놓쳤다
역대 정부에서 반도체 소재 개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스스로 기회를 놓쳐 현재의 반도체산업 위기라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재 연구개발(R&D)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투자시기를 놓치면서 해마다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재료의 일본의존도가 높아졌고, 반도체 관련 제조장비 또한 일본제가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현재는 20%를 넘어서고, 국내총생산(GDP·2018년 기준)의 약 7.8%를 차지하게 됐다. 반도체 위기는 한국 산업, 나아가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확고한 트리거(방아쇠)가 된 셈이다.

반도체산업의 지나친 일본의존도가 국가경제 전체를 흔들 뇌관이 될 것이란 경고는 13년 전 노무현정부 때도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은 바통을 넘겨받은 이명박정부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 코리아'에 취해 산업 육성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떠넘겼다. 박근혜정부 들어선 아예 반도체 R&D 지원예산이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그 사이 중국은 반도체 굴기로 '한국 타도'를 외쳤고, 일본은 독점 재료의 공급을 막아 한국산 반도체의 목줄을 쥐고 있다.

9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노무현정부의 산업자원부는 '반도체재료기술 로드맵' 조사연구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의뢰했다. 37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 작성에 14명의 교수와 업계 전문가가 6개월간 동원됐다. 보고서 첫 장의 추진배경에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공정 개발과 재료산업의 동반발전이 필수'라고 적혔다. 특히 당시에도 일본의 반도체 재료 공급중단을 우려한 대목이 눈에 띈다. 2005년에도 반도체 재료의 해외수입 중 75%를 일본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일본은 재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며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첨단 반도체 소재의 전략무기화가 예상된다. 자체적인 반도체 소재 기술의 확보가 전략적으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산자부는 10년 후(2015년)까지 장비 국산화율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후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13년 25%에서 계속 떨어져 현재 18%까지 추락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부품·소재 품목이 만성적인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를 만드는 원인으로 파악했다. 2010년 중소기업청의 '한국의 대일본 무역역조 원인과 전망' 연구 보고서는 "2001년 부품소재특별조치법이 발효, 부품·소재 전문기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그러나 무역역조는 법 발효 당시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부족한 대형 부품·소재기업이 여전히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역역조 원인 품목을 분류하고 국산품 혹은 제3국 제품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용역보고서를 정책에 참고했다고 활용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정책의 연속성은 끊어져 2010년 1000억원가량이던 반도체 R&D 지원 예산은 2016년 박근혜정부에서 전액 삭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자·장비·소재·부품 관련 기업들은 국가의 반도체 R&D 과제에 단 한건도 참여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예산이 삭감돼 과제 자체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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