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점 안돼" 美·유럽 대형 M&A 줄줄이 무산 위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7:42 수정 : 2019.06.12 17:42

T모바일-스프린트 합병 놓고 10개주 법무장관들 반대 소송
UT-레이시온은 주주반대 직면.. EU, 타타-티센크루프 요청 기각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 뉴욕주를 포함한 10개주 법무장관들은 이날 T모바일의 스프린트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P뉴시스
미국과 유럽에서 11일(현지시간) 대형 인수합병(M&A)이 줄줄이 무산 위기에 몰리거나 무산됐다.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다는 업계·정치권의 주장과 이는 경쟁을 해친다는 반독점 당국의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스(UT)와 레이시온 합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반응에 더해 주요 주주들의 반대까지 더해져 먹구름이 드리웠고,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승인한 T모바일의 스프린트 인수는 뉴욕·캘리포니아 등 10개 법무장관들이 합병 반대 소송을 내면서 벽에 가로막혔다.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은 인도 타타철강과 독일 티센크루프 간 철강업체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주 법무장관들, T모바일에 제동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FCC 승인으로 탄력을 받았던 260억달러짜리 T모바일의 스프린트 인수합병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들의 주도로 10개주 법무장관들이 합병 반대 소송을 내면서 좌초위기에 몰렸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법무장관은 양사 합병이 미 전역 이동통신 사용자들, 특히 저소득층과 소수자 공동체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장관은 성명에서 "이는 우리 반독점법이 막으려고 하는 소비자에 해악을 미치고, 일자리를 파괴하는 대형합병에 꼭 들어맞는 사례"라고 밝혔다. 양사 합병은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합병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탄력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10개주 법무장관이 반대를 표명하고, 소송까지 걸면서 합병은 무산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FCC가 승인했지만 아직 법무부가 남아있는데다, 법원에서 주법무장관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합병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법무부 반독점국장 메이컨 델라힘은 주법무장관들의 반대를 심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소비자단체들도 가장 공격적인 가격경쟁을 벌였던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시장 경쟁압력이 낮아져 소비자들에게 불리해진다며 반대해왔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미 이동통신 시장은 AT&T, 버라이즌, T모바일 합병사 3개로 재편된다.

■첩첩산중 'UT-레이시온 합병'

9일 UT가 레이시온과 합병협상을 발표한 뒤 상황은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데 이어 11일에는 UT 최대 주주 가운데 한 명으로 행동주의 투자자인 윌리엄 애크먼 퍼싱 스퀘어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의 반대 의사까지 확인됐다. WSJ에 따르면 애크먼은 합병 협상 보도가 나간 직후 그레그 헤이스 UT CEO에게 e메일을 보내 합병협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e메일에서 애크먼은 레이시온 합병은 전략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UT는 산하의 오티스 엘리베이터와 캐리어 빌딩시스템 부문을 분사한 뒤 내년에 항공·방산부문만 남겨 레이시온의 항공·방산 부문과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사는 항공·방산 부문에서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3위가 된다. 양사 경영진은 합병하게 되면 비용절감, 기술공유가 가능해지고, 수요둔화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방산업은 미 국방부의 발주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구에 따르면 2001~2015년 미 군비축소로 1만7000개 미 업체가 사라졌다.

■EU, 타타-티센크루프 합병 금지

EU 반독점당국은 예상대로 타타와 티센크루프간 합병 승인요청을 기각했다. 합병사가 특수철강 공급의 경쟁을 저해해 자동차, 포장산업 등 업체들과 소비자들에 해악을 미칠 것이고 EU는 밝혔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에서 "유럽 산업부문 고객사들과 소비자들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합병을 금지했다"면서 양사는 경쟁당국이 요구한 경쟁저해 요소 회피 방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베스타거 위원은 미국, 중국 등의 덩치 큰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며 합병 반대를 비판하고 있는 재계와 정치권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EU는 합병 3000건을 승인한 반면 10건만 금지했다면서 경쟁저해 요인 등 해결방안을 제대로 마련한 경우 합병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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