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희호 여사 추모행렬…민주주의·통합정신 되새긴 정치권(종합3보)

뉴스1

입력 2019.06.11 18:32

수정 2019.06.11 19:05

11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져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1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져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있다. 2019.6.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있다.
2019.6.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김민석 기자,정상훈 기자 =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이희호 여사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배웅의 길에 여야 정치권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갈등이 깊은 여야 대치 정국 속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통합과 포용정책을 본받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0일 향년 97세로 별세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 여사의 빈소는 깊은 슬픔 속에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로 분주했다. 11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공식 조문이 오전 11시30분으로 앞당겨질 정도로 조문객이 일찍부터 시작됐다.

국회정상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대치 중인 여야는 이날만큼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눈물을 글썽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프다"며 "엄혹한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극복하신 삶을 사신 그 생애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참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두분이 원하셨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완성은 우리들의 몫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한다"고 유지를 받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님은 나의 정치적 스승이었고 이희호 여사는 대통령님의 정치적 동지"라며 "'훌륭하게 살아오신 여사님을 우리가 본받겠다'는 말씀을 유가족께 드렸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와 함께 조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박지원 의원의 배웅을 받고 빈소에서 나와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에 헌신하신 여사님의 소천에 저와 한국당은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 남기셨던 유지들을 저희들이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빈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기분"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운동정신도 이희호 여사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오후에도 재차 빈소를 찾아 "한반도 평화도 불확실하고 경제는 무너졌고 사회통합도 어렵다"며 "특히 요즘처럼 정치가 부재하고 국회가 두달 넘게 열리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선 김대중 대통령의 연합정치, 협치의 정신이 떠오른다"고 DJ 정신을 되새겼다.

연일 국회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빈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대화 내용을 묻는 취재진에 "그런 얘기는 국회에서 하자"고 답변하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조문 후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남겨주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이 저희 정치인의 책무"라며 "그것이 이분들 업적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장례 첫날이었던 이날 빈소는 고인을 기리는 조문객과 취재진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권양숙 여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부인 강난희 여사와 조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가슴 아파했던 문 대통령의 심경을 대신 전하며 "(여사님은)어머니처럼 따뜻하신 분이었고 그런 가하면 내면은 쇠처럼 강인한 분이셨다"며 "그런 분이 대통령님 옆에 계셨다는 것, 또 그 시대에 대한민국에 계셨다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큰 축복"이라고 의미를 담았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정태호 일지리수석 등이 단체로 조문했다. 노 실장은 고인의 2남인 김홍업 전 의원의 손을 잡고 "문재인 대통령님도 애통해하며 귀국하시는대로 찾아뵙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오전에 이어 다시 빈소로 걸음했다.

동교동계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도 애통한 마음을 표하며 "저희들이 평생을 바친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은 이희호 여사의 내조와 동지애의 헌신"이라며 "김대중 정부는 김대중·이희호의 공동정부라는 생각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잠시 빈소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 "이희호 여사는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구현했을 뿐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며 "각별한 마음을 써서 가시는 길 아름답게 표현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폐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의원, 추미애 의원, 한명숙 전 총리, 김황식 전 총리,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등이 각계 인사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종교계에서는 법륜스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조문했다. 배우 문성근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가수 하춘화씨도 조문행렬을 이었다. 법륜스님은 "1980년대 한창 많은 학생들이 감옥에 갈때 김 전 대통령을 찾아뵙곤 했는데 그때 여사님이 좋은 말씀과 위로를 해주셨다"고 추억했다.

빈소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여사의 생애를 보여주듯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인 이 여사는 1958년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 총무를 맡아 전국을 돌며 여성권리 쟁취 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동교동 인근의 창천교회 장로를 지내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 시 대통령 내외가 받는 무궁화대훈장도 빈소 단상에 놓였다. 정재계가 보낸 조화도 끊임없이 빈소로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 정진석 추기경,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계 인사들이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상도동계의 맏형격인 김덕룡 민주평통 부의장도 조문했다.


한편 장례위원회는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지시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장례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에따라 이낙연 총리와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 장상 전 총장 등 3명이 장례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5당 대표가 장례위 고문으로 참여하며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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