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무슨 죄?" 동물단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人災'

뉴스1 입력 :2019.06.10 11:18 수정 : 2019.06.12 09:40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육군 5사단 부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이 총리 페이스북) 2019.6.8/뉴스1


아시아서 전파 보고 사례 없어…포획보다 검역·방역 집중해야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비무장지대(DMZ) 이남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즉각 사살할 것을 군에 주문한 가운데 동물보호단체가 멧돼지의 무분별한 사살과 포획을 중단하라며 맞섰다.

이들 단체는 현재까지 아시아에서 멧돼지를 통한 집돼지의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 없으며 정부의 포획활동으로 접경지역의 멧돼지 개체수가 줄 경우 오히려 북한 멧돼지와의 접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생동물연합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아시아에 퍼지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 의해 전파되고 있는 것이 명확함에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멧돼지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원인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3가지 주요 원인 중 멧돼지에 의한 전파가 없었으며 베트남 역시 멧돼지 포획보다 돼지 이동제한에 근거한 방역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멧돼지에 의한 전파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ASF 발생 원인은 차량 및 작업자를 통한 전파(46%), 오염된 먹이(34%), 감염된 돼지 및 부산물의 이동(19%)으로 추정된다. 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사항에도 예방을 위해 농장 및 차량의 소독과 사육 및 생산 시설 관리, 음식물 폐기물 급여 제한을 권고할 뿐, 멧돼지 관리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집돼지와 멧돼지가 함께 ASF가 발병한 경우도 있지만 집돼지의 발병이 반드시 멧돼지의 발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추가적인 발병원 유입이 없는 경우 멧돼지의 ASF는 자연소멸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에서 멧돼지 개최군 밀도를 낮추기 위해 실시한 사냥과 포획 등이 모두 실패하거나 오히려 멧돼지의 행동권을 확대해 질병 전파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을 미뤄볼 때, 펜스나 강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물리적 방어가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접경지역에서 사냥과 포획으로 멧돼지 개체수가 줄어들 경우, 남아 있는 공간에 북한 멧돼지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접경지역의 멧돼지 포획과 사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총리는 9일 현장점검에서 군사분계선 남쪽 2km 아래쪽으로 멧돼지가 넘어오는 게 분명해보일 경우 즉각 사살할 수 있도록 유엔사와 협의해 동의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야생동물연합 측은 "앞서 조류독감의 사례를 통해 수 천년동안 문제없이 이동해온 철새보다는 열악한 밀집사육 등의 인간의 잘못이 크다는 점을 보았다"며 "죄 없는 야생동물 포획 보다 돼지고기 수입에 대한 검역과 돼지농가 및 돼지 관련 시설에 대한 방역에 집중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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