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미중 갈등의 본질은 기술패권 경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27 수정 : 2019.06.07 10:05
미·중 무역갈등이 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경제 냉전을 넘어 패권다툼 장기전에 들어선 모습이다. 6월 하순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도 별반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필자는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 패권다툼이고, 우리의 선택의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므로 국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함을 주장해왔다. 당장 '화웨이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니 한국 기업들엔 호재'라는 일부 초근시안적 시각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외교전략과 경제외교까지 실종된 현재 상황은 어떻게 봐도 한국 경제에 큰 악재다. 더욱이 인구감소, 투자부진 등으로 최근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한국 경제는 지식재산 축적과 혁신에 더욱 집중할 시기다. 지식재산 강자들이 국제표준 설정자로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 작년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모두가 지식재산 강자들이다. 한국 경제의 발전도 지식재산 축적과 궤를 같이했다. 지식재산의 기초가 되는 연구개발(R&D)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4%로 세계 최고다. 일자리의 30%, 부가가치의 43%가 지식재산 집약산업에서 나온다. 임금도 타 산업에 비해 절반 정도 높다.

그러나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지식재산 집약산업의 임금 프리미엄과 부가가치 비중이 하락세다. 저생산성과 낮은 서비스업 비중, 과도한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원인이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2018년 글로벌혁신지수에 따르면 우리의 첨단기술 총수출은 세계 1위지만, 부가가치가 큰 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수출은 128개 조사대상국 중 95위로 IT 강국의 이미지를 무색하게 한다. R&D 지출의 90%가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으니 서비스업의 취약성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지식재산 집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이전·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법·규제 완화, R&D 자금 지원 선정기준, 제조업과 서비스업 격차 축소방안, 연구과제의 지속성 담보, 중소기업의 R&D 역량 확대 및 지식재산 보호방안 등이 포함돼야 한다. 지식재산은 일단 형성되면 경제효과가 크지만 단기간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곳곳에 선심 쓰듯 일회성 연구과제에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다년간 연구과제에 집중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혁신의 한 축이 기술의 수용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매번 기술 수용에 관한 한국의 폐쇄적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필자가 참석한 어느 국제회의에서 외국인 동료들이 한국의 차량공유 현황에 정말 놀라는 모습이었다. 무역과 개방으로 성공한 경제발전 모범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차량공유제가 공회전을 멈추도록 규제 샌드박스라도 먼저 적용하자. 신기술, 신산업이 등장하면 기득권과의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갈등 조정의 과정인 정치도 행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권, 정부, 업계 그리고 국민이 서로 남 탓이다. 저항이 두려워, 표를 잃을까 걱정이 돼 공공 담론과 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치와 행정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각종 대내외 현황과 지표가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생각과 태도로 대처해야 한다.

kjsong@fnnews.com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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