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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삼바 수사… 분식회계 벗어나 경영승계 ‘유죄몰이’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16

수정 2019.05.30 18:27

전문가들 "피의사실 공표 과도"
檢, 내부문건 ‘VIP=박근혜’ 의심
삼성측은 "이 부회장 뜻해" 반박
물증보단 여론전 앞세운 수사에 외신들도 삼성 이미지 추락 우려
도넘은 삼바 수사… 분식회계 벗어나 경영승계 ‘유죄몰이’

상당수 경제·법학 전문가들이 정점으로 치닫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수사기관이 금해야 할 '피의사실 공표'의 경계를 과도하게 넘어섰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선 당초 고발된 분식회계 의혹 수사범위를 넘어 삼성의 경영권 불법승계 틀에 짜맞추려는 '유죄몰이'라는 날 선 비판들이 확산되고 있다.

■물증 없는 수사정보, 왜 나오나

30일 재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이달 들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집중하면서 일부 언론을 통해 내밀한 수사내용들이 외부에 알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검찰의 수사방향은 수사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넘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을 통해 검찰은 압수한 삼성 내부문건에서 'VIP'라는 단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해 삼바와의 관련성을 부각시킨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삼성 측은 "회사 내부에서 'VIP'는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며, 일각에서 부회장을 부르는 'JY'는 문서에 기재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콜옵션 당사자인 미국 바이오젠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과의 육성통화 파일은 그가 분식회계에 개입 또는 지시한 '스모킹 건'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은 "마치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와 콜옵션 문제를 직접 관리해온 증거처럼 알려졌다"며 "이 부회장의 통화는 대부분 신약 등 현안이나 사업적 내용으로 회계처리나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고,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의 2대 주주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할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론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는 "최근 행정법원이 삼바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 증권선물위원회 행정조치를 정지시켜달라는 삼성 측 가처분 신청 사건을 잇따라 받아들이면서 검찰이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며 "검찰 브리핑, 포토라인, 밤샘수사 등을 지양하는 최근 인권보장 수사방향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형법상 금지하는 피의사실 공표로 수사기관이 입건된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식회계 여부도 모르는데 유죄를 전제로 몇 단계 건너뛰고 수사하는 양상"이라며 "이런 행태가 검찰의 불신을 초래하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유죄 예단, 글로벌 기업 이미지 타격
삼성바이오 수사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거나 불분명한 내용이 양산되면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 삼성의 이미지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블룸버그, 로이터, 니케이 등 주요 외신들은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가 삼성바이오가 외도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들을 타전하고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을 상대로 '망신주기'나 '유죄몰이식' 수사관행이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교수는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헌 대표는 "과연 글로벌 기업 삼성의 총수를 빌 게이츠나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과 동등하게 여기는지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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