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獨 주도 중도우파 몰락한 유럽의회… 지도부 자리 넘보는 佛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8 18:12

수정 2019.05.28 18:12

앙마르슈 입지 굳힌 마크롱.. 유럽내 佛 영향력 넓히기 분주
EU집행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獨 EPP 베버 대표 반대 뜻 시사
伊 극우도 고위직 야심 드러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회 선거 뒤 EU 지도부 구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일찌감치 독일 중도우파가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밀고 있는 만프레드 베버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자유주의 정당 구심축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딴죽을 걸고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도 극우 세력 결집을 통해 EU 지도부 구성에 숟가락을 얹을 기세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동안 유럽통합을 이끌었던 중도우파가 몰락하고 극우와 자유주의·녹색당이 선전을 펼치면서 유럽 지도부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몰아닥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헤게모니 싸움나선 프랑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주의 정당들의 세를 모아 독일이 주도하는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임에 맞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의 자유주의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앙마르슈)'이 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비록 마린 르펜의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에 의석수 1개 차이로 2위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사상처음 유럽의회에 진출하면서도 20석 넘는 의석수를 확보, 입지를 굳힌 데 따른 것이다. 마크롱의 앙마르슈는 유럽자유민주동맹(ALDE)과 연합해 104석으로 유럽의회 3위 정당그룹이 됐다. 반면 베버를 밀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민당(CDU)을 비롯한 중도우파는 1위 자리를 고수하기는 했지만 의석수가 대폭 줄어들며 세가 크게 위축됐다.

마크롱의 앙마르슈는 27일 포문을 열었다. "EU 집행위원장 후보는 당색을 넘어 활기찬 다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연정 파트너인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기사당(CSU) 당수이자 유럽의회 중도우파 연합세력인 유럽국민당(EPP) 대표인 베버가 아닌 다른 인물을 집행위원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사회당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이날 저녁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고, 이튿날인 28일에는 브뤼셀에서 다른 유럽 지도자들을 만나 점심을 한다. 이날 저녁에는 엘리제궁에서 비공식적인 EU 정상회의도 연다.

EU 집행위원장부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 정상회의 의장 등 유럽 지도부 구성에 자유주의 정당과 프랑스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프랑스는 베버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앙마르슈 2인자인 파스칼 캉팽은 중도우파가 몰락한 터라 베버가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고, 프랑스 고위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프랑스가 베버를 지지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그 이유를 뚜렷하게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불쾌한 獨-야심보이는 伊극우

중도우파의 본고장 독일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CDU 당수인 안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우어는 26일 선거 결과는 베버가 집행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화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중도우파가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메르켈 총리에 대해서도 베버 지지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CDU 집행부의 한 의원은 메르켈이 베버를 낙마시키기로 결정한다면 메르켈 역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영국 브렉시트당 등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도 숟가락을 얹을 기세다. 극우정당 '동맹' 당수이자 이탈리아 부총리인 살비니는 이번 선거에서 동맹은 34%를 득표해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면서 이는 감세, EU 재정규칙 개혁과 함께 브뤼셀 EU 지도부 고위직에 이탈리아인이 한 자리를 꿰차도록 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살비니는 유럽 의회에서 새로 국가주의 그룹을 만들기 위해 유럽의회 의원 100여명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극우 세력을 결집해 EU 지도부에 극우 인물을 앉히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극우세력 규합에 성공하면 극우 그룹은 172석으로 EPP에 이어 2위 세력이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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