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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필명 ‘가랑비메이커’, 독립 출판사 문장과 장면들 고애라 대표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5 16:35

수정 2019.05.25 17:23

[인터뷰]필명 ‘가랑비메이커’, 독립 출판사 문장과 장면들 고애라 대표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과 책을 만드는 제작자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작가는 책에 담길 활자를 무한한 언어의 바다에서 건지기만 하면 된다. 그것의 어려움을 논외로 하면 과정 자체는 단순하다. 반면 책을 만드는 일은 건져낸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고, 예쁜 상자에 담아, 먹음직스럽게 포장해, 독자에게 내놓는 복잡한 과정이다. ‘듣기’와 ‘읽기’보다 ‘말하기’와 ‘쓰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틈새에 '독립출판'이 있다.


'가랑비메이커'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고애라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은 숨쉬듯 편하고 행복한 일"이라면 "책을 만드는 일은 인쇄 프로그램과 새 용어를 배우고, 감리를 하고, 정적인 나를 쉼 없이 뛰게 만드는 격정적이고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총 4권의 책을 펴낸 그는 올 3월 '문장과 장면들'이라는 1인 독립출판사를 설립했다. 아직은 고애라라는 이름보다 '가랑비메이커'라는 필명이 익숙하다고 한다. 필명은 고등학교 때 '가랑비처럼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의미로 만들었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은 그의 첫 책이다. 20대 초반이던 2015년 마지막 날 출간했다. 신중하고 조심스런 성격 탓에 말을 삼키고 단어를 뱉는 것이 습관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쓴 일기장은 현재 스무 권이 넘는다. 중학교 문학 시간 쓴 소설로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온라인에 꾸준히 글을 써오다 오래된 독자에게 제안을 받아 독립출판으로 첫 책을 펴냈다.

'언제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순간들을 주로 쓴다. 출판사 이름이 '문장과 장면들'이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두 번째 책은 글 외에도 직접 찍은 사진을 함께 넣었다. 흘러가는 순간의 장면에 문장을 넣어 책을 만들었다.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변하지 않는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5년 뒤 그리는 미래를 묻자 "안정기에 접어든 출판사 대표가 되서 다른 신인 작가들의 책을 발간하고 싶다. 가랑비메이커라는 신념처럼 좋은 영향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을 읽고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내가 지나온 고민과 어려운 시간들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원천이라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 스스로가 더 풍부해 진다.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펴내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격도 조금 바뀌었다. 책을 내면 독자들과 북토크를 연다.
현재까지 6번의 북토크를 열었고 독자와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틈틈이 인터뷰와 강연,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더 풍부해 진다.


그는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이 힘에 부치기도 하다"며 "글을 통해 독자들이 글 속에 비워둔 틈과 공간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리뷰를 하거나 공감해 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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