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사람]

"반려동물이 보는 TV, 어르신들이 더 좋아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8:25 수정 : 2019.05.22 18:25

곽상기 해피독TV 대표이사
반려동물용 고주파수 음역대 사용 6개월 실험 결과 스트레스 줄어
강아지 영상 보며 어르신도 힐링..심리치유 콘텐츠 제작 계획도

'집에 혼자 있어도 괜찮을까' 홀로 반려견·반려묘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매일 느끼는 걱정거리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빈집에 장시간 방치되면 마음에 병이 든다.

강아지를 키웠던 곽상기 해피독TV 대표이사(사진)도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집에 강아지를 혼자 두고 외출할 때마다 걱정이 됐어요. 돌봐주는 사람 없이 홀로 있던 날에는 신발을 물어뜯거나 평소에 안 하던 이상 행동을 하더군요."

과거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았던 강아지들은 아파트로 옮겨지며 행동반경이 크게 줄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면서 주인이 출근 등 외출을 하면 좁은 집안에 오랜 시간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아지 입장에서 체험을 해보기 위해 혼자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어 봤어요. 반나절만 지나도 우울해지더라구요."

곽 대표는 고민 끝에 '반려견이 보는 TV'를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20년 가까이 방송 기획자 경력이 있었던 터라 콘텐츠 제작에는 자신이 있었다. 때마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업체를 알게 돼 국내 시장의 라이선스 계약에 관한 조건을 알아보고자 접촉했다. 그러나 그 만남이 지독한 악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해당 업체와 2013년 4월 비밀유지각서를 맺고, 채널라이선스에 관해 협의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유튜브 동영상 등만 보내고선 연락도 안 왔습니다. 오히려 제가 국내 방송시장에 대한 정보만 줬죠. 그 사이 해당업체는 저희에게 비밀유지각서에 서명하라고 한 후 아무런 말도 없이 타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거죠. 이듬해 독자적으로 방송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하루 앞두고 영상을 송출하기로 했던 한 방송플랫폼 측에 협박성 경고장이 날아오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경고장은 이스라엘 업체 측이 보낸 것이었다. '해피독TV는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방송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무기한 미뤄졌고, 업계에 소문이 돌아 추가 계약이 막혔다.

곽 대표는 오해를 풀기 위해 바로 소송에 나섰다. 소송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법원은 '영업방해를 당했다'는 해피독TV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잃어버린 시간 동안 손해가 막심했다.

지난한 소송과정에서도 곽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본력과 시장 선점에서 모두 밀렸지만, 콘텐츠로 승부 보자고 생각했다. 차별화된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전국에 있는 수의학과 교수들을 찾아다녔다.

"사람은 들을 수 없는 가청주파수대 내에서 강아지와 고양이에게만 들리는 고주파수 음역대를 오디오로 사용했어요. 안정을 위해 고주파수를 듣게 하고, 여러 강아지를 상대로 6개월간 심전도를 측정한 결과 스트레스 지수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초기 취지와 달리 예상지 못한 애시청자들도 생겼다. 어르신들이었다.
전국을 배경으로 강아지들이 노는 모습을 찍은 영상들이 '치유 콘텐츠'로 다가온 것이다.

"생각지 않게 어르신들에게 호응을 얻다보니 저희끼리는 요즘 '개 또는 고양이가 보는 TV'라고 하지 않고, '강아지 영상을 통한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사람한테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는 것으로 보고, 향후 구체적인 데이터를 뽑을 예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전문적인 세계 최초로 애견 영상을 통한 심리치유 콘텐츠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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