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블록체인 2라운드, 우물쭈물하면 기회 놓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4 16:41 수정 : 2019.05.14 16:41
"앞으로는 돈 보내는 것이 사진 올리는 것보다 쉬워질 것이다." 지난 1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콘퍼런스에서 꺼낸 말이다. 느낌적 느낌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하! 그거였구나. 개인화 서비스를 준비하는 페이스북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준비 중이었구나.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장착하더니, 5월 13일에는 암호화폐 지갑을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갤럭시S10의 암호화폐 지갑이 상징적 의미였다면 중저가 스마트폰의 암호화폐 지갑은 시장 확대 선언이다. 아하! 삼성전자가 블록체인·암호화폐 대중화를 눈치챘구나.

비트코인 1개 가격이 1000만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최고가에 비해 80%나 값이 떨어진 상태로 한 해를 마감하면서 '암호화폐 혹한기'를 버텨내더니 올 4월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다 1년간 휴식기를 거친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이 2라운드 개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분위기가 다르다. 1라운드의 뜨거운 바람은 '광풍'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투기에 가까운 투자 중심이었다. 2라운드의 뜨거움은 실체가 보인다. 삼성전자, 페이스북, 스타벅스, IBM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술과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예열하고 있다.

이제 경쟁 시작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준비운동을 마치고 서비스의 실체를 하나씩 드러내면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서는 경쟁이 블록체인 2라운드의 본질이구나 싶다.

우리 기업들은 치열한 블록체인 2라운드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얼마나 갖췄을까. 링 위에서 골리앗급 글로벌 기업들과 맞붙어볼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검증은 진행하고 있을까. 지난 '암호화폐 혹한기'를 버티며 서비스를 준비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 상반기 중 글로벌 결제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벼르는 테라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이제 링 위로 올라갈 마무리 점검을 해줬으면 한다. 그동안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 쉬쉬하며 시장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이제 서비스의 모양새를 드러내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 눈치보며 우물쭈물하면 또 기회를 놓칠 게 뻔하다. 투기가 아닌 서비스와 상품으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의 이름을 페이스북, 스타벅스 옆에 나란히 붙여 블록체인 2라운드 기사를 쓰고 싶다.

정부도 이제는 색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비트코인 시장이 달아오르면 다시 투기도 활개를 칠 것이다. 범죄형 투기와 사업적 투자를 송곳처럼 가려낼 기준을 만드는 것은 정부 몫이다. 암호화폐 사업은 무조건 안된다고 손사래치던 그동안의 자세가 사라지고, 기준에 맞춰 사업과 사기를 가려낸 '능력있는 한국 정부'를 분석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


블록체인 2라운드 개막을 알리는 공이 곧 울릴 것이다. 공이 울리고 나서야 링에 올라갈 채비를 하면 이미 늦는다. 우물쭈물하느라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블록포스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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