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전자문서는 처음이라"…21세기 국회, '동물국회'된 까닭

뉴스1

입력 2019.04.28 18:16

수정 2019.04.28 18:16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전자입법시스템 2005년 도입됐지만 2019년 '첫 사용'
90년대식 종이서류 처리 고수하다 '동물국회' 논란 자초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동물국회' 논란이 빚어진 배경에는 여야의 1990년대식 서류처리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이미 구축된 전자문서 시스템을 써서 법안을 발의했다면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과 몸싸움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수차례 '격투'가 벌어지고 나서야 이들 4당은 전자문서로 법안을 발의했다.

민간이나 정부에선 전자결재 시스템이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도입돼 폭넓게 자리잡았지만 국회에선 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종이'로 법안을 발의하는 철 지난 방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국회사무처는 28일 입장자료를 내고 "지난 4월 26일 오후 3시 30분경 백혜련·채이배 의원이 '입안지원시스템(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공수처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송했다"며 "2005년부터 입안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2건의 법안을 최초로 시스템을 통해 접수했다"고 밝혔다.

국회에 시스템이 도입된지 14년만에 헌정사상 첫 법안 발의가 이뤄진 것이다. 그간 여야를 막론하고 전자시스템을 통한 법안 발의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회에선 1986년 이후 33년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이 발동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의안 접수를 막고자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봉쇄했다. 문밖에선 사무실 안으로 뚫고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반말은 물론 막말이 난무했다.

항의 과정에서 의안과의 팩스가 파손되기도 했다. 의안과 문을 억지로 여는 과정에선 노루발못뽑이인 일명 '빠루'가 등장했다.

뒤이어 민주당 의원이 입안지원시스템을 활용해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의 난투극은 잦아들었다.

헌정사상 첫 입안지원시스템 사용자가 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26일 "평상시엔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이라며 "사용하기 너무 불편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쓰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들 4당이 처음부터 전자시스템을 사용했다면 한국당의 '몸빵 저지'는 시도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불편함을 이유로 90년대식 서류처리 방식을 고수해온 여야가 동물국회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여야 4당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법적 소송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회의 진행 등을 방해한 혐의를 들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의원 18명을 고발한 상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도 "내일(29일) 증거자료를 첨부해서 추가로 고발할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회의질서 유지를 방해하면 국회의원이든 보좌관이든 당직자든 예외 없이 고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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