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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과대포장 줄이기, 순환경제의 첫걸음

[차관칼럼] 과대포장 줄이기, 순환경제의 첫걸음

이달 1일,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대형마트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제도가 기대 이상으로 큰 혼란 없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오히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금지 매장을 확대하고, 질소과자 등 과대포장에 대한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폐비닐 수거거부 사태부터 미세플라스틱, 불법 폐기물 수출 등 폐기물 처리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화두가 됐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그간 세계의 폐기물을 수입·처리하던 중국이 폐플라스틱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시작하자 주요 선진국들이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로의 전환이다. 자원을 무한 사용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로 이어지는 기존의 선형적 경제체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 단계부터 소모된 제품을 재활용 등을 통해 다시 생산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버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공유경제 역시 순환경제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순환경제로 전환을 비전으로 하는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제한과 제품 설계부터 재활용성을 제고하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3월 개최된 유엔환경총회에서도 '지속가능한 소비·생산과 순환경제'는 중요한 의제였으며 향후 10년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상당한 정도로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소비·폐기 등 전 단계에서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포장재는 2017년 기준으로 약 160만t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포장을 이중·삼중으로 추가하는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일회용 포장재를 다시 순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포장재를 재활용하기 쉽도록 재질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과 구조로 만들어진 제품은 분리배출을 해도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활용이 쉬운 재질·구조의 제품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년 말부터는 모든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한다. 또한 지난 17일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등에 관한 기준을 개정했다. 앞으로는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비용을 추가 부담하고, 반대로 쉬운 재질의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화려한 색상의 페트병 등과 같이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은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혹자는 이런 정책들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로 전환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의 과정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순환경제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환의 시기에 필요한 것은 변화를 예측하고 기회를 찾는 노력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주체들이 협력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 업계 등 모두의 한 걸음이 모여 지속가능한 순환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