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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도쿄는 지금 ‘초고층 빌딩 경쟁’

일본 전후 최장 경기확장기 
건설경기 붐
'사람을 부르는 도시'로 도시재생 중
[재팬 톡] 도쿄는 지금 ‘초고층 빌딩 경쟁’

19일 도쿄도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복합상업건물 토라노몬힐즈 인근. 도쿄 미나토쿠 토라노몬 일대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빌딩 공사 소음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크레인 돌리는 소리, 철근을 박거나 용접하는 건설 현장이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토라노몬 인근, 롯폰기와 인접한 가미야초지역만 해도 대형 빌딩 공사만 3~4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사이로 낙후된 중소형 건물을 허물고 있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19일 도쿄 미나토쿠 토라노몬 일대에 고층 건물 올리기가 한창이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19일 도쿄 미나토쿠 토라노몬 일대에 고층 건물 올리기가 한창이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사실상 지역 전체가 거대한 공사판일 정도다. 토라노몬 일대 뿐만이 아니다. 신주쿠에선 60층 짜리 주거형 타워맨션이 최근 건립됐으며,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가치도키 등 매립지 역시 고급타워맨션 올리기가 한창이다. 고이즈미 정권 당시인 2000년대 초반 시작된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아베정권에서 2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한가지 흥미로운건 일본의 대형 디벨로퍼들이 도쿄 지역을 분점하고 있다는 것. 토라노몬 일대는 일본 최대 상업지구인 롯폰기·긴자로 이어지는 중간 벨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맹주'는 롯폰기 힐즈를 건설한 모리다. 건물 꼭대기에 모리(MORRI)마크가 새겨진 빌딩들이 롯폰기와 토라노몬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모리가 짓는 건물들은 대개 호텔·사무실·레지던스·상업시설을 겸비한 복합상업시설들이다. 모리타워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도쿄역 인근 마르노우치는 미츠비시 영역이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정권과 미츠비시는 도쿄역 '허공'을 사고팔아 이를 인근 건물의 용적률로 인정받는 '봉이 김선달식 해법'으로 고층건물을 높이는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 지역엔 미츠비시 본사를 비롯, 닛케이빌딩, 요미우리신문, 일본생명, 금융사 등이 대거 입주해있다. 미츠이부동산은 그 인근 니혼바시를 근거지로 한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스미토모 역시 도쿄로 진격하고 있어, 도쿄타워가 초고층건물들에 가려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일본에선 버블 경제 직후,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헤이세이 시대에 올려진 도쿄도 내 100m이상 초고층 건물이 313개나 될 정도니 말이다. 도쿄 뿐만이 아니라 오사카 역시 108개나 된다고 한다.

건설이 한창 중인 도쿄 미나토구 가미야초 인근. 사진=조은효 특파원
건설이 한창 중인 도쿄 미나토구 가미야초 인근. 사진=조은효 특파원

도쿄의 공사 열기를 놓고 대체적으로는 일본경제가 좋은 상황이라는데는 일치하는 듯 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4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2년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회복세는 77개월(6년 4개월)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손부족은 다반사. 특히 50세 이상에서 건축 기술자의 전직은 3년간 세 배나 늘었다. 건설 경기 호황에, 지난 17일 일본은행(BOJ)이 약한 수준의 경고를 하고 나섰다. 금융권의 부동산업계 대출이 1980년대 후반 버블 수준으로 '과열'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10~12월 일본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일본 국내 총생산 (GDP) 대비 14.1%였다. 통상, GDP대비 12.8%를 넘으면 과열로 진단하는데 버블경제 이후 첫 과열 진단이 나온 것.

BOJ의 경고에도 일본의 부동산 열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지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도쿄의 오피스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데다 3~4%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도쿄의 도심개발 사업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는 현재 '사람을 불러들이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도쿄의 재생프로젝트는 정부나 서울시가 면밀히 살펴 볼 이야기다.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되찾은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