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사랑한 조양호 회장, 하늘로 돌아가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일인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 회장의 운구가 장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fnDB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던 하늘로의 영원한 비행을 시작했다.

16일 오전 6시 조 회장 유가족과 한진그룹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진행했다.

영결식 추모사를 맡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는 "그 숱한 위기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항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로 저희를 이끌어 주셨던 회장님의 의연하고 든든한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슬픔을 전하며 "회장님이 걸어온 위대한 여정과 추구했던 숭고한 뜻을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이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현정택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도 추모사에서 "해가 바뀔 때 마다 받는 소중한 선물인 고인의 달력 사진을 보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과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오늘 우리는 그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 회장을 떠나보내려 한다"고 영원한 이별의 아쉬움을 표했다.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출발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지나 장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fnDB

추모사 이후엔 조 회장 생전의 생생한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됐다. 오전 7시께 영결식을 마친 후 조 회장은 영면을 위해 경기도 신갈 선영으로 떠났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탄 차가 영구차 앞에, 뒤로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가 탄 미니버스가 뒤를 따랐다.

대한항공 본사에선 고인이 출퇴근 하던 길과 격납고 등 생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깃들어 있던 곳곳을 돌았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본사 앞 도로와 격납고 등에 도열, 지난 45년 동안 회사를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시키고 마지막 길을 조용히 떠나는 고 조양호 회장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운구행렬이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본사를 지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fnDB

이날 운구차는 1981년부터 2017년까지 36년간 고 조양호 회장을 모셨던 이경철 전 차량 감독이 맡았다. 이 전 감독은 2017년 퇴직했지만, 평생 조양호 회장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셨던 것처럼 마지막 가시는 길도 본인이 편안하게 모시고 싶다는 의지에 따라 운전을 하게 됐다.

조 회장은 장지인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서 안장돼 아버지인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 어머니인 김정일 여사 곁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 숙환이던 폐 질환으로 지난 8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12일 대한항공 KE012편으로 한국으로 옮겨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안치돼 5일장을 치렀다. 조원태 사장은 고인의 유언에 대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에 힘을 쏟았던 고인에 대한 각계각층의 애도가 이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수 많은 재계 관계자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치권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기자 최불암과 탁구선수 유승민,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등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화를 보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애도의 꽃을 보내왔다.

[e-mail]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