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故 조양호 회장의 명복을 빌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7:11 수정 : 2019.04.15 17:11
장례식장은 기자들에게 어려운 취재현장이다. 기자는 고인의 죽음에서 사회적 의미를 발굴하는 작업을 한다. 장례식장에서마저 직업적 의무를 우선하다 보니 죽음의 무게나 추모의 도리를 잊기 쉽다. 하지만 동시에 고인을 생전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지난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첫날,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날도 그랬다. 미처 슬픔을 채 떨어내지 못한 조문객들에게 고인과의 생전 인연이나 유족들과 나눈 대화를 물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들을 맞닥뜨렸다. 그 순간 내게 조 회장의 명복을 비는 일은 뒷전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잠깐 벽에 기대 장례식장 입구를 바라보며 쉬고 있을 때였다. 창밖에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조 회장의 친자식처럼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 위원은 조문을 온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그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빈소를 찾은 유 위원은 조 회장을 두고 "개인적으로 아버님 같은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이 12년 동안 연간 10억원 넘는 돈을 대한탁구협회에 지원하는 등 탁구에 아낌없는 후원을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수장 없이 표류하던 대한탁구협회 회장직을 흔쾌히 맡아 지금까지 지원해왔다. 유 위원과의 인연도 그 과정에서 끈끈해졌으리라.

조 회장의 체육에 대한 헌신은 끊임없는 체육인들의 조문 행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총감독, 박성현 프로 골프선수, 이승훈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그를 추모했다. 그의 부고에 대해 이기흥 회장은 "체육인들의 가슴속에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아껴온 고 조양호 회장의 열정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라는 추모사를 남기기도 했다.


모든 과가 죽음 앞에서 덮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육계에서 그의 공만큼은 인정됐으면 한다.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기 위해 지구 13바퀴 거리를 돌아다닌 그의 노력 덕분에 온 국민들이 지난해 즐거운 2월을 보내지 않았던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ktop@fnnews.com 권승현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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