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美와 대화 중단"..비핵화 국면 '중대기로'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5 15:06

수정 2019.03.15 17:10

北 "美 상응조치 없다면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
美, 北 비핵화 조치 없다면 대북제재 강화할 것
위태로운 北美협상..韓 정부 역할 축소 불가피
북한이 미국과 진행하던 비핵화 협상을 깰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 구도에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비핵화가 없다면 제재로 북한을 계속 압박하겠다는 미국과 자신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협상을 그만둘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북한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국과 진행하던 비핵화 협상을 깰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 구도에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비핵화가 없다면 제재로 북한을 계속 압박하겠다는 미국과 자신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협상을 그만둘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북한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이 15일 북한이 미국과 진행했던 비핵화 협상을 깰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을 보도를 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살얼음판을 걸었던 북미관계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일괄적 비핵화, 즉 '빅딜'을 요구하고 나선 미국은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제재완화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북한이 강대강 강공을 펼칠 경우 어렵게 조성된 비핵화 테이블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상황은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또 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핵·미사일 실험을 유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위원장 동지(김정은)께서 미국의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시는 것 같고, 미국과의 거래에 대해서 의욕을 잃으실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 해법이 제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핵시설의 폐기를 전제로 '부분적' 제재예외를 요구했지만 이를 사실상 제재 전면완화로 받아들인 미국은 영변 외 추가적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양측의 입장차는 현재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北, 비핵화 '판' 뒤엎나?
미국은 하노이 담판장에 초강경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등판시키면서 협상 결렬 이후 대북 강공 카드를 던지고 있다. 나쁜 협상보다 '노딜'이 낫다는 미국 내 비핵화 비관론자의 지지까지 이어지며 미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압박의 도수를 높였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연례보고서는 북한을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더욱 촘촘한 대북제재의 그물망을 펼칠 것을 암시했고, 미국 의회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화해 북한이 '꼼수'로 제재를 피해갈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핵개발에 따른 초강력 제재로 경제 시스템이 마비된 북한이 김 위원장의 경제개발 비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에 책임을 돌리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락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회담 결렬 상황에서 북한은 마치 패턴처럼 '벼랑끝전술'을 구사해왔고 아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여론을 지켜보면서 '살라미' 단계별로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文대통령 촉진자 역할 잘될까
비핵화 구도가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일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관계 개선와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추진해온 만큼 큰 구도가 깨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오판했다는 것을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을 강경 대응에 대해 자제하라는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문제가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힘들고 김 위원장이 판을 깨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만약 상황이 악화된다면 우리 정부는 미국을 설득하는 역할 외에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카드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최 부상의 발언만으로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없고,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북미협상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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