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애플 연합군', 크립토 핀테크 전쟁을 선포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5 10:03 수정 : 2019.07.30 13:05

[기고]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2019년 2월 골드만삭스애플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이폰과 연동된 신용카드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골드만-애플 카드(가칭)’를 테스트 한 뒤 올해 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드 사용자들은 아이폰을 통해 금융 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고 2%수준의 캐시백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와 애플의 파트너십은 ‘크립토 핀테크 전쟁’을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뉴스다.


골드만삭스와 애플 파트너십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골드만삭스의 최근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골드만삭스는 리테일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약 150년의 역사 동안 기업과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사업을 했던 골드만삭스가 평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리테일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2016년 골드만삭스는 창업자 Marcus Goldman 의 이름을 딴 리테일 은행 Marcus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회사명을 창업자의 이름으로 썼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차원에서 리테일을 중요한 비즈니스로 생각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Marcus는 2017년 영국으로 진출해 경쟁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기존 영국 은행들의 파이를 잠식하고 있다. 참고로 Marcus가 진출할 당시 영국 은행들 예금 금리는 평균 1%가 채 안됐는데 Marcus가 1.5% 예금 금리 제시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부랴부랴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의 가장 큰 약점은JP모건의 체이스 은행 같이 탄탄한 상업은행이 없기 때문에 리테일 고객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 기관과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었던 골드만삭스는 리테일 사업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골드만삭스는 리테일 사업 확장이 절실해진 것. 리테일 고객 기반이 약한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많은 유저를 보유한 ICT기업이 효과적으로 고객을 모집해주고 자사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준 뒤 파이를 나눈다면 이상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년 2억개가 넘는 스마트폰을 팔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한 애플이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탐나는 파트너였을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어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애플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는지를 생각해보자. 왜 애플은 왜 튼튼한 리테일 영업망을 갖춘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가 아니고 하필 골드만삭스를 금융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애플은 골드만삭스의 무엇을 본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암호화폐다. 2017년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기술회사다”라고 선언하며 보수적인 금융 회사에서 혁신적인 IT회사로의 정체성 변신을 예고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실제로 써클(디지털 자산 종합 플랫폼), 빗고(지갑), 액소니(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솔루션), 빔(비트코인 결제 및 송금) 등에 투자하면서 암호화폐의 잠재력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골드만삭스가 리테일 사업에 암호화폐를 활용할 것이라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2019년 2월 공개한 홍보 영상 “은행의 미래 (The bank of the future)” 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는 골드만삭스의 비전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세 가지 미래 트렌드로 1)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뱅킹으로 전환; 2) 디지털 퍼스트 플랫폼; 3) 소비자 맞춤형 상품 서비스를 제시한다. 골드만삭스는 미래에는 모바일이 곧 은행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해당 영상에 “암호화폐 계좌 (Cryptocurrency Accounts)” 문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골드만삭스는 애플을 설득할 때 미들맨의 개입이 거의 없는 암호화폐의 장점을 어필했을 것이다. 2014년 이후 애플페이 사업을 시작한 애플은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현지 금융회사 파트너, 통화의 상이성, 모바일 페이 시장 경쟁 심화 때문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핀테크 사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애플이 핀테크 사업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하던 차에, 골드만이 제시한 암호화폐 솔루션은 분명 흥미로운 대안이었을 것이다. 물론 해당 솔루션이 비트코인에 기반한 것인지 스테이블 코인에 기반한 것인지는 아직은 알 길이 없다.

나는 골드만삭스가 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미래는 비트코인에 기반한 솔루션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빔 (비트코인 결제 및 송금)의 투자를 주도한 골드만삭스는 분명 비트코인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면밀하게 연구했을 것이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최대 경쟁사인 JP모건이 이미 자체 스테이블 코인 JPM 코인 발행을 선언했기에 골드만삭스가 똑같은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그다지 혁신적인 방법이 아니다. 사실 JPM 코인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는데 경쟁사들이 아이디어를 카피해서 씨티 코인, 웰스파고 코인 등을 줄줄이 내놓으면 이는 결국 범용성이 떨어지는 인트라넷이 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처럼 탈중앙화 되어 있고 특정한 국가나 기업이 통제하지 않으며 실생활에서 가장 범용성이 높은 암호화폐는? 당연히 비트코인이다.


기관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서비스를 계획하는 JP모건과는 달리 골드만삭스는 리테일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전 세계 2억명이 넘는 아이폰 유저들이 골드만삭스의 금융서비스를 모바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근사한 일이다. Marcus가 영국 은행들의 파이를 일부 잠식했던 것처럼, 만약 골드만삭스가 경쟁적인 금리를 제시해 유저들로 하여금 비트코인을 아이폰에 예치하도록 유도한다면 어떨까? 충분한 규모의 비트코인 예치금이 쌓이게 되면 골드만삭스는 이를 기반으로 대출, 트레이딩, 운용 등 장기를 살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다시 말해 골드만삭스가 애플과 손을 잡고 전 세계 리테일 대상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크립토 핀테크 혁신을 주도할 민간 주축 연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하나는 Bakkt (기관 대상 비트코인 실물 인수도 방식 선물 거래 플랫폼)와 연관된 스타벅스,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고 나머지는 골드만삭스와 애플 진영이다. 삼성이 블록체인 Dapp과 지갑을 선제적으로 탑재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삼성은 현재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 네트워크 (그 중에서 특히 월가의 금융기관 네트워크) 에서는 소외된 양상이다. 앞으로 삼성이 크립토 핀테크 전쟁에서 어떤 기업과 손을 잡고 어떤 전략을 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체인파트너스 한중섭 리서치센터장 joongsub@chainpartner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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