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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적자 10년만에 최대… 트럼프 재선 또 '빨간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7 17:06

수정 2019.03.07 17:06

중국과 상품교역서 적자 심각.. 美, 세계경제 둔화속 홀로 성장
국내 소비자 외국제품 구매 늘어.. 강달러로 수출품은 가격 상승
美 무역적자 10년만에 최대… 트럼프 재선 또 '빨간불'


미국 무역적자가 지난해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동맹이나 중국 가릴 것 없이 압박하고 나섰지만 되레 무역적자는 급증했다. 북한과 핵협상 실패, 2016년 대통령 선거 부정, 지지율 하락 등으로 빨간 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 가도가 더 궁색해지게 됐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 인구조사국 발표를 인용해 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가 6210억달러로 2008년 이후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상품교역 수지, 대중 적자가 절반

무역통계를 작성하는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우선 지난해 12월 무역적자는 전년동월비 18.8% 급증한 598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수출이 1.9% 줄어든 반면 수입은 2.1% 증가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전체로는 무역적자가 전년비 12.5% 증가한 621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6.3% 늘었지만 수입이 수출 증가폭을 웃도는 7.5% 증가하면서 적자가 또 다시 늘었다.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는 금융위기로 미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던 2008년의 7090억달러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상품 교역에서 여전히 심각한 적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8910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92억달러가 중국과 상품 교역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전년비 436억달러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제품에 관세폭탄을 안기는 등 무역전쟁에 나섰지만 중국과 교역에서 미국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美나홀로 성장·강달러가 원인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보호주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를 늘린 주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경제가 초반의 성장 모멘텀을 뒤로 하고 둔화로 접어든 반면 미 경제는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교역수지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 소비자들은 탄탄한 경제 흐름 속에 지갑을 열어젖혔고, 더 많은 외국 제품을 사들였다.

반면 성장 둔화에 직면한 외국 소비자들은 호주머니 사정이 이전만 못해지면서 미국 제품을 덜 살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도 역설적이게 무역적자를 확대하는 장치가 됐다. 미 소비자들은 탄탄한 경제 흐름 속에 높은 관세를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의 구매욕구를 보였다.

그러나 경제둔화로 지갑이 얇아진 외국 소비자들은 트럼프 관세에 따른 자국의 미 제품 보복관세 여파로 값이 더 뛰어버린 미 제품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됐다. 대표적인 제품이 미국의 콩으로 중국이 지난해 7월 미국산 콩에 보복관세를 물리면서 지난해 미국의 대두 수출은 20% 급감한 171억달러어치에 그쳤다.

관세는 또 파생효과까지 불렀다. 향후 관세 부과, 또는 관세율 상승을 우려한 미 기업들이 이같은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제품을 사재기 하면서 수입이 대폭 늘었다. 미 달러 강세도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강달러로 인해 미국이 수입하는 외국 제품 가격은 내려간 반면 미 기업들의 수출품은 값이 더 뛰었다.

내년 재선을 바라고 있는 트럼프는 자신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무역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2016년 대선 당시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가 의회 증언에서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선언하고,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최대 공약중 하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은 내년 대선전에서 그를 상당히 불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보호주의를 약속했고, 취임 뒤에는 중국은 물론이고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 한국 등 우방에 대해서도 물 불 가리지 않고 압박을 가했다.
그는 이같은 압박이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시켜 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임기간 무역적자가 더 늘었다는 사실에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 하원 2인자인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트럼프가 "스스로 정한 시험을 망쳐버렸다"면서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구난방인 무역정책 접근이 실패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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