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떠난 김광석을 무대로 불러냈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4 18:23

수정 2019.03.04 18:23

기술, 예술이 되다
4IR, 공연예술계를 뒤집다
가상·증강·복합현실 그 이상 확장현실 접목한 공연 등장
'오이디푸스' '사랑의 묘약' 프로젝션 맵핑으로 환상무대
국내 초연 작품 '천지창조'..듣는 음악서 보는 음악 새지평
국내 홀로그램 상설공연장선 고인된 김광석 3D로 소환
배우 공중연기 퍼포먼스에 관객몰입형 연극까지 나와
기술결합한 공연예술 등장에 새 장르 탄생할지 관심
서울 코엑스 홀로그램 상설 공연장
서울 코엑스 홀로그램 상설 공연장

2일 초연된 하이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2일 초연된 하이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4월 내한하는 '푸에르자 부르타'
4월 내한하는 '푸에르자 부르타'

뮤지컬 '투란도트'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예술계에 4차산업혁명(4IR)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형태의 무대예술이 펼쳐진다. 공연의 관람 형태도 바뀌고 있다. 국내는 비록 시작 단계지만, 가상(VR), 증강(AR), 복합현실(MR)을 넘어 확장현실(XR)이라는 용어의 도래는 단지 기술의 혁신이 아닌 새로운 예술장르의 탄생을 예고한다.

■4IR기술, 표현의 한계에 날개를

공연예술계는 예부터 공간의 제약을 보완하고, 표현의 극대화를 위해 기술을 활용해왔다. 요즘은 3D 프로젝션 맵핑(대상물에 영상을 비춰 해당 대상물이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영상 기법), 발광다이오드(LED), 3D 홀로그램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무대연출이 인기다. 지방 투어에 나선 고전극 '오이디푸스'는 세트와 영상을 적절히 활용해 무대를 연출했다.
궁의 내부와 가뭄에 시달리는 테베를 이미지 영사로 표현했고, 후반부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 샤막과 영상, 효과음으로 극적 효과를 더했다. 3D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아예 프로젝션 맴핑 기술로 세트를 대체했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흰 벽에 여러 그림을 쏴 장소를 변환한 것이다.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에서는 염라대왕의 공간을 구현하는데 LED영상을 활용했다. 조명이 어둡지 않아도 선명한 영상 표현이 가능해 무대 바닥에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뮤지컬 '투란도트'는 첨단기술이 한꺼번에 접목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3D 프로젝션 맵핑, 키네틱 무대장치 등 지능형 무대공연기술 '인텔리전트 스킨'이 적용됐다. 프로젝션 맴핑 기술은 클래식 공연장에도 들어왔다. 지난 1일 국내 초연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대표적이다. 본래 오라토리오는 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작은 규모의 오페라다. 하지만 스페인의 비주얼 아트그룹 '라 푸라 델스 바우스'는 하아든의 종교극에 시각효과를 더해 혁신적 비주얼의 음악극으로 오라토리오의 새 지평을 열었다. 3D 홀로그램은 가장 대중화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서울 코엑스에 홀로그램 상설공연장이 들어섰고 김광석이 이 무대에 소환됐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는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3D 홀로그램으로 소생돼, 세계를 돌며 공연했다.

■실감기술, 경계를 무너뜨리다

관객들에게 좀 더 실감나는 체험을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공연도 늘고 있다. 오는 4월 23일 내한하는 '2019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은 무대와 객석의 개념을 무너뜨린다. 직육면체 네모반듯한 전용극장을 짓고 그 모든 면을 무대로 활용한다. 관객은 모두 서서 관람한다. 난데없이 무대에 러닝머신과 수조가 등장하고 배우들은 플라잉 자동제어 기술에 힘입어 공중에서 움직인다. 이 모든 것은 몽환적 조명과 소품, 음악과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완성된다.

관객몰입형 연극도 등장했다. 일명 '이머시브(Immersive) 시어터'다. 2003년 영국 극단 펀치 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가 이머시브 시어터 열풍을 촉발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현재 뉴욕과 상하이에서 공연 중이다. 배우들이 호텔로 개조한 여러 공간에서 연기하고, 관객은 그들과 상호작용하며 장소를 이동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공연된 후즈살롱의 '행화탕 장례날'이 최근 사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융복합무대기술을 활용한 공연예술'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행보가 흥미롭다. 지난 2월 2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국문화원이 주최한 '아르코 국제 심포지엄 2019'에서 소개된 사례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VR 사운드 스테이지' 공연은 세계 투어 중이다. 6~7명의 사람이 18개의 스피커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VR기기를 착용하고 베토벤과 말러의 음악을 듣는 식이다.

■기술결합 공연예술 시작단계

영국의 VR 전시기관인 '리미나 이머시브'의 엠마 휴즈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가상, 증강 및 확장 현실의 급속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매체의 탄생을 예고한다"고 말한다. 영국정부는 2027년까지 확장현실(XR)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GDP의 2.4%를 투자한다.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뜻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기술과 뉴미디어를 활용한 예술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작 단계다. 2014년 컴퍼니 숨이 연극 '혜경궁 홍씨'를 국내 최초 관객친화형 VR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한 바 있고, 미술, 연극, 무용업계 등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기존 예술 지원 사업 내에서 기술과 뉴미디어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김선영 홍익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단발성 프로젝트 위주라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기에 한계가 있고, 결과물도 해외공연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지원사업의 경우 창작의 원천인 순수예술분야에 특화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요크 미디알레'의 톰 하이엄 예술감독은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하고 모두가 위험부담을 감수하라"고 조언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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