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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설곳이 없나] 5평 공방서 마카롱 만드는 성신제 "40년 장사했지만 지금 제일 힘들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3 17:28

수정 2019.03.03 17:28

(下)자영업자들이 말하는 그들의 삶
국내에 피자헛 처음 들여오고 성신제 피자로 성공했었지만 지금은 딸과 단둘이 일해요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힘든 건 치솟는 임대료..피부에 와닿는 정책 절실해요
최저임금 상승과 높은 임대료, 내수경기 침체까지 삼중고 속에 자영업자들은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태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심각하기만 하다.

이에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40년째 자영업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성신제 HS컨설팅 컴퍼니 대표, 일식집을 연 지 두 달이 좀 넘은 정두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만나봤다.

성신제 대표
성신제 대표

한국에 피자헛을 처음 들여온 뒤 한때 소득세만 110억원을 내 개인종합소득세 1위에 올랐던 성신제 HS컨설팅 컴퍼니 대표. 이후 시작한 치킨전문점 '케니 로저스'는 1997년 IMF 사태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도산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성신제 피자'로 재기에 성공하며 성공 신화를 쓰는 듯했지만 부도를 맞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2015년 컵케이크 전문점으로 재기에 도전했지만 외국 본사의 인수합병(M&A)으로 1년 반 만에 다시 문을 닫는 등 그의 삶은 성공과 실패로 점철된 인생 그 자체였다.

지금은 16.52㎡(5평) 남짓 초라한 공방에서 딸과 함께 마카롱을 만들고 있지만 그의 눈빛과 열정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공간이 협소한 만큼 페이스북으로 주문을 받으면 만든 마카롱을 택배로 발송하는 형태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자영업 한 지 올해로 40년을 맞는 성 대표는 "피부로 느낄 만큼 요즘 자영업 상황이 안 좋다. 예전 같았으면 매출이 어느 정도 나와 직원 써가면서 일할 생각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다"면서 "그래서 내 딸과 같이 일한다. 신문·방송에 나오는 1인 자영업자, 가족과 동업 사례가 바로 나"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손대지 말았어야 했을 것을 손댔다. 대통령이 이제라도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론적으론 좋아보여도 두더지게임 같은 효과가 나고 있다. 이놈 잡았다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튀어나오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치솟는 임대료가 문제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나도 우리나라에서 점포 100개 정도를 열었는데 다 임대였다. 피자헛 사장 시절에도 건물주 찾아가서 조아렸다"며 "내 방식을 권할 수 없지만 법적 제한은 아니라고 본다. 요즘도 건물주들은 편법으로 임대료를 올리고 있고 임대료 외 관리비 등을 인상하는 방법이 있어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성 대표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마카롱이 예상한 것보다 안 나가면 간이 콩알만 해지고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이처럼 하루하루 장사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공무원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면서 "1960~1970년대처럼 정부가 앞에서 '나를 따르라' 하는 방식은 이제 안 통한다고 본다. 자영업자들의 창의적 노력이 가장 앞장서야 하고 정부는 그 뒤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가가치세 신고, 원자재 구입 대장 정리, 위생검사 준비 등을 제대로 하려면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실질적인 부분을 도와주면 좋을 것"이라며 "자영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실무자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강연을 많이 마련해줘야 한다.
나도 과거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투자를 받으려다 실패한 적이 있는데, 까다로운 조건 없이도 중장기 자금을 융자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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