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교육부·한유총 당장 만나 대화로 풀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3 16:36

수정 2019.03.03 16:36

5개월째 으르렁대기만.. 실수요자 학부모는 뒷전
4일 유치원 개학을 앞두고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그 통에 학부모들만 죽을 맛이다. 이래선 안 된다. 이른바 사립유치원 사태가 터진 지 다섯달이 지났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여태껏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 두 사람은 즉시 만나 대화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

한유총을 두둔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한유총은 3일 "계속 우리를 탄압하면 폐원 투쟁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단체는 상습적으로 폐원 카드를 꺼낸다. 유아교육법상 사립유치원은 학교다. 세상에 어느 사립 초·중·고등학교가 걸핏하면 폐교 카드로 정부를 위협하나. 사립유치원도 공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학교다. 일단 교육사업에 뜻을 둔 이상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들은 교육자답게 처신해야 한다. 한유총의 투쟁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자가 아니라 사업가처럼 구는 말과 행동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한유총과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유치원 교육시장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유치원 시장의 최강자다. 전국 4000곳이 넘는 사립유치원 가운데 70%가 한유총 소속이다.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40%로 높이려 한다. 이는 곧 몇 년 뒤 40%를 달성해도 여전히 유치원 시장의 중심엔 사립유치원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는 한유총을 협상의 파트너로 삼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정부 때 사학법 파동을 돌이켜 보라. 2006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53일간 사학법에 반대하는 장외 촛불투쟁을 이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학법은 1년반 만에 재개정 절차를 밟았다. 그때도 사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익성이 충돌했다. 사유재산권을 둘러싼 갈등구조도 현 유치원 사태와 판박이다. 위헌 논란이 불거진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해법은 한발씩 물러서는 데 있다. 교육부에 이어 총리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교육청까지 나서서 한유총을 코너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는 한유총이 아니라 유치원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부모와 어린이들을 먼저 봐야 한다.
한유총 역시 학부모와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학부모들이 왜 사립보다 국공립 유치원을 선호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언젠가 시장에서 도태하게 마련이다.
유치원 교육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