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터키 이어… 이탈리아도 중앙은행 때리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1 16:53 수정 : 2019.02.11 16:53

이탈리아 연정 5성운동·동맹
중앙은행 감독 부실 맹비난.. 현 부총재 연임 거부 시사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립정권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왼쪽)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지난해 6월 로마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이 중앙은행인 이탈리아은행(BOI) 고위진에 대해 작심하고 비난하고 나섰다. 은행 감독을 게을리해 이탈리아 은행들을 부실화하고, 사후대처도 미흡해 주주, 일부 채권자들, 그리고 수많은 소액 예금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BOI 부총재 연임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시작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연정에 이르기까지 포퓰리스트 정권의 중앙은행 독립성 흔들기가 확산되고 있다.

■연정 수장 2인의 의기투합인

1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연정의 두 수장인 루이지 디 마이오 '5성운동' 당수, 마테오 살비니 '동맹' 당수가 9일 BOI 때리기에 나섰다.

살비니는 9일 '방카 포폴라레 디 빈첸자' 투자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 감독하는 이들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에 와 있다"면서 BOI를 비난했다. 이 은행은 2017년 부실로 청산됐다.

그러나 통화정책, 은행감독 등은 BOI 단독이 아닌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번짓수가 다른 주장인 셈이다. 살비니는 이 자리에서 또 이탈리아 증권감독 당국인 증권관리국가위원회(콘소브)도 싸잡아 비난했다. 부실 은행이 소액 투자자들에게 주식과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BOI와 콘소브 두 기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프라스트럭쳐 투자부터 이민 등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설전을 벌였던 살비니와 디 마이오였지만 중앙은행 비난에서는 의기가 투합했다. 디 마이오는 이날 같은 모임에서 "같은 이들이 BOI 고위직에 다시 임명되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경기 비관전망···계속된 충돌

이들의 중앙은행 흔들기는 11일 임기가 끝나는 루이지 페데리코 시뇨리니 부총재의 연임을 거부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뇨리니 부총재가 연임되면 임기 6년의 부총재 직을 새로 시작학 된다. BOI 규정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최고위직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이를 정부가 승인하는 형식을 취한다. 정부는 중앙은행 경영진을 선택할수 없지만 승인권을 갖고 있어 이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최종 승인권한은 포퓰리스트 연정과 끝없이 대립해 온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쥐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과 연정 간 대립은 최근 경기전망을 놓고도 불거진 바 있다. 연정은 BOI가 정부 예상치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는 이유로 중앙은행을 비판한 바 있다.

연정의 중앙은행 비난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중도 이탈리아 민주당 창당 멤버 가운데 한 명인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연정의 이같은 움직임은 어떤 전략의 일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바로 '심판 매수'라고 꼬집었다.

이탈리아 연정은 출범 이후 기성 제도권과 끊임없이 충돌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을 비롯해 주류 언론, 중도파 정치인들을 비난해왔다. 연정은 특히 중도파 정치인들이 이탈리아를 망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연정은 비난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유럽연합(EU) 기구들과 프랑스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비난해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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