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국민은행 총파업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0 17:11 수정 : 2019.01.10 17:11


3000만 고객을 담보로 한 국내 1위 은행 KB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은 무엇을 남겼을까.

지난 2000년만 해도 구조조정 등에 맞선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은 고객들의 불편을 야기했지만 어느 정도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억대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참여율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참여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파업 전날까지 경영진과 벌인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파업 전야제가 열린 서울 잠실체육관에 노조원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파업 당일 참여인원은 전 조합원의 41%(5500여명), 전 직원의 35%가 참여해 근래 보기 드문 참여율을 기록했다. 노조 측은 95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기세가 등등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히면서도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은행 창구를 가야만 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선 은행 입장에선 손실이며 고객에게는 큰 불편을 끼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이 상당한 업무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나 총파업에 따른 영향은 미미했다.

환전, 가계대출 등 상담이 필요한 일부 업무에서 차질이 빚어졌을 뿐 전반적으로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이는 파업이 하루에 그친 데다 입출금 업무 등 대부분의 업무가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전체 거래건수 중 비대면 거래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86%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0년 12월 국민·주택은행 합병 당시 총파업 때와 비교된다. 당시 국민은행 점포는 1122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1050개로 72개가 줄었고, 대부분 업무가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결국 이번 총파업은 역설적으로 국민은행 전체 직원의 약 3분의 1이 없어도 은행 업무에 큰 차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됐다.

이번 파업으로 국민은행 영업점별로 최소 5~6명의 직원만으로도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노조는 파업 명분으로 임금의 300%에 달하는 성과급, 임금피크제 도입시기 연기, 페이밴드(호봉 상한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4대 시중은행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이번 1차 총파업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3월까지 총 4차례의 추가 파업을 예고했지만 이미 파업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 은행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총파업에도 혼란이 예상보다 크지 않으면서 이슈가 인력 구조조정 논란으로 옮겨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4분기까지 직원 수를 전년동기 대비 2.7% 줄인 1만7629명까지 조정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신한은행(1만3986명), 하나은행(1만3218명), 우리은행(1만4954명)보다 많은 인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유휴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금리 등 혜택을 돌려주는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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