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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 시장] 분양 받으려면 2억 걸어라?… 신혼부부 서울 입성 ‘그림의 떡’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6 17:06

수정 2018.12.16 19:46

인기지역 계약금 최고 20%로
무주택자 청약기회 늘었지만 신혼·청년 등 현금여력 턱없어
규제로 중도금 대출한도 줄어..계약해도 잔금 마련 산넘어 산
[혼돈의 부동산 시장] 분양 받으려면 2억 걸어라?… 신혼부부 서울 입성 ‘그림의 떡’

서울 등 인기 지역의 경우 계약금이 10%에서 15~20%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신혼부부들과 30대 수요자들의 청약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 청약 비율도 2배로 늘리고 무주택자에 대한 청약 기회는 늘렸지만 인기지역 입성의 문은 좁아지고만 있는 셈이다. 서울의 경우 과거 7000만~8000만원의 계약금만 있으면 청약이 가능했지만 계약금이 20%로 늘면서 1억6000만~2억원 이상 현금이 있어야 계약이 가능하다.

정부의 대출 규제도 심해 자금을 구하기도 힘들고 부모가 돈을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신혼부부나 30대 수요자가 본인들의 돈으로 서울의 집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규 분양단지 계약금 10%→20%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이 수색9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하는 단지인 'DMC SK 뷰'는 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의 비중으로 분양가 납부 방식을 정했다. 통상 새아파트 청약의 경우 계약금 10%·중도금 60%·잔금 30%의 분양대금 납부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계약금 비중을 두 배로 높인 '20·60·20'이 보편화되고 있다.

DMC SK 뷰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1965만원이라 전용면적 84㎡ 경우 분양가가 6억3000만~7억2000만원이다. 계약금은 최소 1억200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경기 성남 대장동에서 동시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계약금 비중도 20%로 책정됐다. 대우건설이 분양하는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3.3㎡ 평균 분양가가 2100만원 수준으로 계약금 비중은 20%, 중도금은 50%, 잔금은 30%로 정해졌다. 84㎡의 경우 분양가가 7억 초반대라 계약금은 1억4000만원 수준이다.

'판교 더샵 포레스트' 역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2100만원 선으로 계약금이 20%다.

집값이 비싼 강남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9일 분양공고를 한 '디에이치 라클라스' 계약금은 전체 분양가의 20%로 책정됐다. 총 분양가가 17억4200만원인 전용 84㎡B의 경우 계약금 3억4940만원을 한번에 내야 한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1차 계약금 5000만원을 내고 30일 안에 나머지 금액 2억200만~7억3000만원을 내야 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계약금은 20% 이내, 중도금은 60% 이내 범위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최근 계약금 비율을 높인 것은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기존 60%에서 40%로 제한된다. 건설사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 대신 초기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자 계약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현금 보유 여력이 큰 수요자들을 확보해야 미계약 위험 부담도 줄어든다는 판단이다.

■자금력 낮은 신혼부부, 청약 포기↑

이처럼 계약금 비중이 커지면서 현금 보유 금액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30대 초중반 수요자들은 청약 자체가 힘들어졌다. 특히 무주택자의 비율이 높은 추첨제의 경우 85㎡ 초과 물량에만 해당되는데, 집이 대형이다 보니 집값 자체가 비싸 당첨이 돼도 계약금이나 잔금을 치르기가 쉽지 않다.

강남 청약의 경우 청약에 당첨됐어도 초기 계약금이 3억원이 넘어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대부분은 전세 세입자라 전세보증금에 자금이 묶여 있다. 대부분 현금이 생겨도 전세금을 상환하거나 빚을 갚는 데 써 현금 유동성이 적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제도 개편이 아닌 금수저를 위한 개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 측은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해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손보는 상황에서 계약금 비중 상향은 자금여력이 되는 실수요자를 가려내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수도권 집값 자체가 크게 올라 분양가도 비싸졌고, 계약금마저도 20%까지 상향돼 일반 서민들이 분양을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신혼부부특공의 경우 월평균 소득 120% 이하여야 당첨 확률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소득이 적어 계약금 자체를 못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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