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도 꽁꽁 얼었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8 08:00

수정 2018.11.18 11:56

전세자금대출규제에 다주택자와 고소득 1주택자도 전세대출 막히면서 전세이동 싹 사라져
기존 세입자는 대출 걱정에 안움직이고 재계약.. 서울 신규단지와 신도시는 역전세난 조짐도
정부가 주택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한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비싼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이 전세 만기가 되도 기존에 살던 주택에 눌러 앉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서울 일부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주인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반기 전세시장 성수기가 시작되고 있지만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돼 이동할 경우 신규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 새로운 전셋집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지역 일부 신규 단지와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세입자 유입이 크게 줄면서 역전세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전셋집 옮겼다가 대출 안 나오면 어쩌나"
18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매물도 거의 없고 전세 수요도 싹 사라진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 우성1차 인근 W공인 관계자는 "매매거래는 지난달부터 아예 끊겼지만 이상하게 전세시장도 너무 조용하다"면서 "이 일대는 수능시험 전에도 들어오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 정말 전화 한통화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현황에 따르면 대치동에서 이달 들어 16일까지 전월세 거래 건수는 고작 22건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한달간 대치동의 전월세 거래량이 132건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W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는 전세값이 워낙 비싼 곳이다 보니 소득이 높은 편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10월 중순부터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마도 대출규제에 걸려 못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전세를 빼고 새롭게 이동하려고 해도 소득기준 등에서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을 부부합산연소득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보증을 거절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지난 10월15일부터 이같은 경우는 대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이 517건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124건에 그치고 있다. 송파구도 지난달 827건에서 197건으로 크게 줄었으며 마포구도 지난달 304건에서 이달에는 100건에 그치고 있다. 성동구도 지난달 286건에서 이달들어 현재까지 110건으로 크게 줄었다.

전세 매물도 많지 않다.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만기가 도래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해도 신규로 대출이 나올지 여부가 불투명해 그대로 눌러앉으면서 빈집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포, 성동, 용산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동구 옥수리버젠 인근 R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최근에 2000만원 정도 떨어졌는데 세입자가 옮기지 않고 재계약을 하겠다는 경우도 있다"며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도 크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단지와 수도권 신도시 등은 역전세난
서울 신규 입주단지와 수도권 신도시 전세시장은 세입자를 못 찾아 난리다. 예전 같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규 단지를 찾아 세입자들이 계속 유입됐지만 세입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데다 일부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단기간에 워낙 공급이 많이 이뤄지면서 역전세난이 생기고 있어서다.

오는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은 세입자를 구하는 전세매물이 1000여개가 넘는다. 전체 가구수가 850가구인 점을 감안할 때 중복매물이 많아 부풀려진 숫자지만 전월세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이 일대 D공인 관계자는 "신규 입주장사를 많이 해봤는데 올해는 확실히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 않다"며 "이 때문에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준공승인 여부를 놓고 혼란이 커지면서 전셋값이 더 내리고 있다. 1만가구에 가까운 매머드급 단지여서 매물이 워낙 많은데다 입주일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신도시 지역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서울과 가까운 외곽지역에서 입주가 계속 몰리면서 세입자를 찾기 힘들어져서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는 전셋값이 20~30%가 내렸다.
지난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운정은 아직도 전세 매물이 수백건이 쌓여있다. "2998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데다 수도권 외곽이라 그런지 세입자를 아직 다 못 채워 곤란해 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전셋값이 최근 일률적으로 5000만원 정도 내렸는데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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