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삭간몰 미사일기지 이미 파악" 靑 해명에도 논란 확산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3 17:44

수정 2018.11.13 17:44

靑 "ICBM 무관한 단거리용 폐기 약속 한적 없는 시설" 美 "비핵화 약속에 포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3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조 장관은 방미 기간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 한반도 문제 전문가 등과 만나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3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조 장관은 방미 기간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 한반도 문제 전문가 등과 만나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촬영한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 사진.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2일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중 위치가 확인된 13곳 가운데 하나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기지로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에 가장 가깝게 있는 미사일 기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촬영한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 사진.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2일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중 위치가 확인된 13곳 가운데 하나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기지로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에 가장 가깝게 있는 미사일 기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기지' 13곳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조치로 제시했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파괴·검증의 실효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즉각 청와대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없다. 북한이 미사일 폐기를 약속한 적도 없고, 해당 기지는 단거리용 시설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해명이 부적절하고, 오히려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靑 "北, 미사일기지 폐기약속 안해" vs. 美 "비핵화 포함"

13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CSIS가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기지 중 13곳의 위치와 가동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CSIS는 특히 황해북도에 위치한 삭간몰 기지에 주목하며 이곳에서 고성능 미사일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유관국 전문가의 참관 아래 영구히 폐기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영구폐기는 더 이상 북한이 미국을 핵미사일로 위협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CSIS가 최소 13곳의 미신고 미사일기지를 발견하면서 북한이 종전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동창리 카드'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 실험장 하나(동창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다른 몇 개의 시설을 해체하는 대신 평화협정을 얻는 '나쁜 거래'를 수용하지 않을까 모두 우려하고 있다"며 협상에 무르게 임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미신고 미사일기지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 등을 통해 훨씬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며 "(해당 기지들은) 단거리 노동·스커드 미사일용으로 ICBM과는 무관하다고, 새로울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신고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신고를 할 어떤 협약·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신고받을 주체도 없다"며 "북한이 이 미사일기지들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고 폐기하는 것이 의무조항인 협정을 맺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이날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가 포함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엇박자가 다시 한 번 불거진 셈이다.

■전문가들 "靑 해명 부적절…문제 해결의지 보였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해명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기지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해명에 나섰고, 순조로운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는 불협화음이 없어야만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청와대의 말대로 정부가 미사일기지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은 없지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설명은 비핵화를 지나치게 북·미 관계의 틀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단거리라고는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노동·스커드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최소한 문제 제기를 했다거나, 제기를 안했다면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의 해명이 필요했다"며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문제점이 식별된다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온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조 장관은 미신고 미사일기지 보고서를 낸 CSIS의 관계자를 만나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임광복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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