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檢 ‘늑장 기소’에 법정형보다 낮게 구형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13

수정 2018.11.08 21:19

‘3년 이상’ 특경법상 배임 한남용 BYC 前대표에 2년 구형으로 의혹 자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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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출받은 공사비 수십억원을 부실 상장회사 인수 자금 등으로 사용해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 장남에 법정형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해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뒤였고, 검찰은 그 후 3년 지나서야 늑장 기소하는 등 수사과정도 지연된 정황을 보였다.

<본지 11월 7일자 28면 참조>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BYC 전 대표이사 한남용씨(60)의 1심 선고공판에서 "BYC그룹 회장의 큰 아들임을 내세워 재향군인회 등의 신뢰를 얻은 뒤 이를 교활하게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2년보다 3년 높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씨는 BYC 창업주 한영대 회장의 장남이자 2005년부터 2010년까지 BYC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09년 11월 경기 평택 아울렛 건축사업 과정에서 공사금을 상장회사 경영권 인수 자금으로 사용하는 데 가담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재향군인회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3년 이상' 하한 형량인 특경법 사건에 '징역 2년'구형

한씨에게 적용된 특경법 상 배임의 법정형(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징역 3년 이상이지만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해주는 경우는 초범이거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고서는 극히 이례적이다. 한씨는 앞서 특경법상 횡령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전력도 있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의 구형량이 재판부의 판결보다 이 처럼 차이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판사도 "특경법 상 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이 법정형보다 형을 낮춘 것은 찾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수사 단계에서도 '늑장기소'에 대한 의혹이 있다.

앞서 해당 아울렛 건축사업과 관련한 비리사건에서 재향군인회 실무자 등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는 2013년 이뤄졌고, 2014년 판결이 확정됐다. 한씨는 당시 검찰의 기소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아울렛 건축사업의 시행사 대표가 2016년 2월 한씨에 대해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수원지검 평택지청에 고소했으나 관할 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 서울북부지검으로 이첩되면서 일 년 넘게 사건이 지연된 끝에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고, 피해자 측이 항고한 후 배임죄에 대해서만 기소가 이뤄졌다.

■전관 출신 포함된 변호인단..구형 영향 미쳤나?

상장사 인수 자금 20억원 외에 공사비 약 52억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된 정황도 수사과정 및 1심 판결에서 인정됐음에도 공소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경법상 배임 액수가 50억원 넘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한씨를 둘러싼 납득가지 않는 검찰의 행보에 '전관 변호사'의 힘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그는 검찰 수사단계에서 서울고검장과 대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전관 변호사가 포함된 변호인단을 선임했고, 1심에서는 10여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 및 검찰 공무원 등 법조 직역 종사자 중 55.1%는 사법절차에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관예우가 주로 발생하는 영역으로는 58%의 응답자가 검찰 수사단계를 꼽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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