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보헤미안 랩소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7:17 수정 : 2018.11.06 08:20


지난 주말 그룹 퀸(Queen)에 관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간 건 아마도 옛 추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랫말을 100% 해독하지도 못하면서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레드 제플린 같은 록그룹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말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영화가 전설의 록 밴드 퀸에 대해 그리고 그 밴드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싱크로율 99%인 라미 말렉이 프레디 머큐리를 비교적 무난하게 연기했지만 영국령 잔지바르 출신의 이민자로서, 성적 소수자로서 사회와 불화(不和)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온전하게 그려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 관람을 권한다. 이야기의 짜임새는 헐겁고, 겅중겅중 건너뛰는 드라마는 싱겁기 짝이 없지만 세기의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완벽하게 재현한 마지막 10여분의 공연 장면은 관객의 수고를 결코 헛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1985년 7월 13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라이브 에이드'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보헤미안 랩소디'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공연 실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러닝타임 134분 중 나머지 120분은 그룹 퀸의 소사(小史)를 간단하게 훑어 내려가는 플래시백(flashback)이다. 이 안일하고 지루한 회상을 견뎌내게 하는 건 퀸의 노래와 음악이다. 영화 타이틀로도 쓰인 '보헤미안 랩소디' 발매를 둘러싼 음반사와의 갈등, '위 윌 록 유'의 발구름 동작이 만들어지는 과정, 록 발라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에 담긴 애틋한 사연 등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게 현실인가/아니면 그저 환상인가/눈을 뜨고 하늘을 우러러봐/나는 비록 가난한 소년이지만/동정 따윈 필요없어/바람이 어디를 향하건 그건 내게 아무 상관없어/…/마마, 한 남자를 죽였어요/그는 이제 죽었어요/삶이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이젠 되돌릴 수 없어요…"(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의 감미로운 속삭임에 이어 에너지 넘치는 절창이 폭발하면서 영화는 절정을 향해 솟구쳐 오른다. DVD나 유튜브 동영상으로 수없이 봤던 '라이브 에이드'의 바로 그 장면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뿐이지만, 7만여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웸블리 스타디움의 위용이나 피아노 위 콜라 잔의 위치까지 세심하게 재현한 이 마지막 장면은 120분간의 드라마가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단박에 들려준다. 음악이, 더 정확하게는 퀸의 노래가 가지는 힘이다.

그리고 마지막 팁 하나.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퀸의 또 다른 명곡 '돈 스톱 미 나우'가 흘러나오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이 노래를 끝까지 즐겨주시길 바란다. 노랫말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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