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꺼지지 않는 '中 국진민퇴'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2 17:20 수정 : 2018.11.02 17:20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동물에겐 회귀본능이 있다. 동물이 원래 태어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성장한 뒤, 산란을 위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습성이 회귀본능이다. 사회의 조직은 환경에 따라 진화 발전하지만 조직의 목표가 정해져 있고, 관성적으로 조직문화가 굳어져 있다면 마찬가지로 회귀본능이 작동할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 역시 회귀본능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유경제가 강화되고,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영경제가 쇠퇴한다는 게 국진민퇴 현상이다.

국진민퇴 현상이 공론화된 것은 금융전문가 우샤오핑이 온라인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의 사영경제는 이미 공유경제의 비약적 발전을 돕는 중요한 역사적 임무를 다했다"며 "이제는 서서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그는 집중.단결.규모화된 공사(公社) 혼합소유제 경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덩샤오핑 주도로 이뤄진 개혁개방 40년 동안 민간기업의 선전과 사영경제 발전은 중국을 주요2개국(G2) 반열로 올려놨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진민퇴 주장은 현재 경영을 하는 민간기업과 해외투자 자본의 고민을 낳게 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민영기업 지원책을 부쩍 강조하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시 주석의 민간기업 달래기 행보로 국진민퇴 논란이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되나 한 조직, 특히 이념을 기반으로 한 국가 단위의 회귀본능은 엄청난 구심력을 갖는다.

일례로 시 주석이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은 공유경제를 주축으로 하되 민영경제를 함께 운영하는 기본 경제제도를 운용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떠받치는 시장의 기본 원리는 공유경제이며 민영경제를 허용한다는 셈이다.

국진민퇴가 진행되는 방식은 대략 두 가지 방향이 감지된다. 우선 국영기업의 민간기업 지분 인수다.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민간기업들이 위기에 처했다. 일반 금융기관의 대출이 국유기업을 우대하는 관행에 따라 민간기업들의 자금확보는 주식담보대출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유동성위기에 처한 민간기업 주식을 국유기업이 사들이는 현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민간기업의 폐업 위기를 도와주는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간기업의 국유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다.

민간기업을 그대로 존속하면서도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통해 간접적인 국진민퇴 효과를 거두는 방식도 엿보인다. 중국 인적자원사회보장부의 추샤오핑 부부장(차관)이 한 공개 포럼에서 민간기업의 '민주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기업 경영에 공동 참여하고, 발전의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오너 경영도 아니고 주주자본주의도 아닌, 공산당과 정부의 민간기업 개입의 길을 여는 방식이다. 이는 중국의 전통적인 '단위'와 맞물려 있다. 일반적 직장의 개념을 중국에서는 '단위'로 표현한다. 단체든 회사든 일반인의 생활은 단위라는 폭넓은 개념에 기반을 둔다. 공동체 생활의 근간인 셈이다.

국진민퇴 논쟁은 시 주석의 진화 노력으로 완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근 중국의 부상과 자신감은 지난 40년간 성과를 일군 '중국 모델론'의 성격 논쟁과 맞물려 있다.

아울러 중국 성장의 핵심요인을 규명하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체제 안정에 부합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국진민퇴 논쟁은 정리될 수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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