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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불평등·불공정 해소에 방점 둔 '포용국가론' 전면에...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6:21

수정 2018.11.01 16:21

내년도 예사안안 국회 시정연설
세바퀴 성장론 우선순위에 '소득주도-공정경제'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적 불평등(양극화)'와 '불공정' 해소를 축으로 하는 '포용국가'를 경제정책의 지향점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현정부의 세바퀴 성장론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기조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세바퀴 성장론의 다른 한 축인 혁신성장은 내년도 예산안의 세부 항목을 설명하는 단계에서만 언급, 정책의 철학과 실행에 있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했다는 지적이다.

■집권 3년차 포용성장 강화
이는 전반적으로 성장정책을 통한 성장이 아닌, 분배정책와 분배구조개선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며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역대 정부도 커져가는 양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기존의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불공정·불평등해소를 "함께 잘 살자"는 말로 대변했고, '함께 잘 살자'는 다시 '포용국가' 개념으로 치환됐다. 포용국가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론, 이의 업그래이드 버전인 포용성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며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도에도 경제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경제정책 운용의 중심에 두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상처가 났지만 포용성장 개념의 틀 안에서 국정운영의 핵심 철학으로써 지속·보완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핵심 정책은 수정하겠으나 그 철학만은 유지, 진화시켜 나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국회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국회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책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의식, 포용국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들이 포용을 말한다"며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도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해 어려움이 있고 부작용이 일부 생기더라도 경제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 연설에서 '포용'이라는 단어는 18번 사용됐다. 이의 다른 표현인 '함께'라는 말은 무려 25번이나 나왔다. '불평등'은 6번 등장했다. 대신 '소득주도' 라는 말은 전체 연설 중 두 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공정경제기조를 드러내는 '공정' 7번·'불공정' 3번 총 10번 언급됐다.

경제정책의 철학적 바탕이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에 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재정확대기조 강조
이와함께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강조로 이어진다. 내년도에 정부의 총지출은 470조5000억원이다. 올해 대비 9.7%늘어난 것으로 지난 2009년 이후 10년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 "여러해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제시했다. 돈을 풀어 양극화,일자리,저출산, 고령화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본격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과제와 처방이 '불평등·불공정→소득주도성장→포용성장→확장적 재정'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집권 3년차 예산을 통해 포용국가 개념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장기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 불공정 해소에 기반을 둔 거대 담론의 강조로는 당장 현재 발생한 고용 문제 심화, 증시 폭락 사태, 부동산 가격 폭등, 미국 금리 인상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 증대 등 현실의 경제상황에 대응한 충분한 메시지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 증시폭락 사태, 대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청와대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 나온 대통령의 공개 연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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