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립유치원 비리' 진퇴양난 워킹맘 "울고 싶어라"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1 17:13

수정 2018.10.31 17:15

유치원선 ‘폐업진행 예정’ 공문
국공립 들어가기 ‘하늘의 별따기’
영어학원 보내자니 교육비 2배
홈스쿨링 하면 맞벌이 포기해야
'사립유치원 비리' 진퇴양난 워킹맘 "울고 싶어라"


"이번 사립유치원 사건 때문에 아이 유치원이 폐업한다네요. 홈스쿨링으로 괜찮을까요?" 최근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맘카페'에 홈스쿨링을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 학부모는 "유치원이 폐업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공문이 왔다"며 "한번 시작하면 끊지말고 계속 다녀야 한다던데 엄마가 하는 홈스쿨링으로 괜찮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인 학부모 최모씨(38)는 6살 아이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을 내년에 바꿀 생각이다. 최씨는 "가뜩이나 동네에 아이들이 없어 유치원이 문을 닫을까 불안한데 이번 사태까지 터져 더 크고 폐업할 위험이 없는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영어학원도 최씨의 고려 대상이다.

■"학원 신입원아 모집은 상담 늘어"

비리 사태로 인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대안을 찾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10월 3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따르면 집단 휴업이나 폐원은 없다고 했지만 최근 열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현재 추진되는 개혁법안이 통과되면 폐원하겠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기 안양시에서 6살 아들을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는 "비리 유치원이 명단에 오른 곳 뿐이겠냐"며 "폐원이나 휴업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더 이상 믿을수가 없어 대안을 찾는 주변 학부모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립이나 병설 유치원은 들어가기 너무 힘드니 홈스쿨링이나 학원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어학원에서 운영하는 유치부 원아모집 설명회에는 학부모들이 몰리는 추세다. 영어학원 한 관계자는 "이번주 토요일이 선착순으로 유치부 등록을 받는 날인데 다음주중까지 상담 예약이 다 찼다"며 "이른 마감으로 대기가 생길 수 있으니 상담 전 미리 등록부터 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 신입 원아모집 시즌이랑도 겹치기 때문에 평소에 비해 상담 예약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와 연관이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옮기는 것도 부담"..시스템 및 전문성 고려해야

사립유치원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지만 홈스쿨링이나 영어유치원 등으로 옮기는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다. 경기도 동탄에서 6살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박모씨(40)는 "영어유치원이나 어학원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육비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사립유치원의 2배 정도 부담이 들고 일반 학원으로 보내자니 교사들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며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사립유치원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공립유치원을 더 만든다고 해도 사립유치원만큼 종일반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아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학원 측에서는 학부모들의 반응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윤영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과거에는 미술학원이나 영어학원 등에서도 탁아기능 역할을 했지만 어린이집 등이 생기면서 많이 없어졌다"며 "학원도 유아교육에 대한 자격이 있는 교사들 위주로 채용하면 혼란스러운 학부모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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