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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레저] 어디를 둘러봐도 우뚝 솟은 산, 저마다 다른 가을이 담겼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6:44

수정 2018.10.18 21:13

합천, 해인사만 떠올리는 당신을 위해..
오도산의 탁 트인 풍경, 산이 만든 바다
억새풀 흔들리는 황매산의 가을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에 억새가 피었다. 억새 너머로 전망대가 보인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에 억새가 피었다. 억새 너머로 전망대가 보인다.

합천 한가운데 우뚝 솟은 오도산에서 한 여행객이 합천군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합천 한가운데 우뚝 솟은 오도산에서 한 여행객이 합천군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합천의 해인사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에 판각됐다. 사진=조용철 기자
합천의 해인사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에 판각됐다. 사진=조용철 기자

【 합천(경남)=조용철 기자】 경남 합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는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다. 하지만 해인사 말고도 합천에는 가볼만한 곳이 많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합천은 산으로 가득한 지역 중 하나다. 합천의 산이라면 해인사가 자리잡고 있는 북쪽의 가야산과 봄이면 철쭉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 남쪽의 황매산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합천에서는 어디를 바라봐도 우뚝 솟은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합천에 도착한 첫 인상은 우선 강원도 산골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산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합천의 산은 강원도의 산들과는 사뭇 다르다. 강원도의 산처럼 험준한 느낌은 아니다.

합천의 산이 가진 진면목을 만나기 위해 한 번 올라가봐야겠다면 합천 한가운데 솟은 오도산(1134m)을 추천한다. 오도산은 크기에 견줘 참으로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오도산은 1962년 남한 땅에서 마지막 야생 표범이 포획됐을 정도로 깊은 산이다. 하지만 지난 1982년 정상에 KT 무인중계소가 들어서면서 산 정상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놓였다. 뾰족하게 솟은 산의 형세로 보면 도무지 도로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남쪽 사면을 타고 오를 수 있는 길이 나있다. 묘산면 소재지 끝에 오르는 길이 있다. 이리저리 굽은 길을 차량을 이용해 20분쯤 오르면 된다. 길은 비좁지만 도로 곳곳에 교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자주 나와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산 아래 자락부터 정상까지 닿는 포장도로 길이가 10㎞ 정도다. 길은 산촌마을과 짙은 숲 사이로 이어지다가 팔분능선을 넘으면서 사방이 탁 트인다. 대개 조망이 빼어난 산들도 정상 부근의 좁은 공간에서만 시야가 터지는데, 오도산에서는 정상 부근의 도로를 따라 360도 어느 한곳 시야를 가리는 데가 없다. 발 아래로 첩첩이 이어진 산들이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감동이다. 한눈으로는 산이 만든 '바다'를 도저히 담을 수 없기에 시선을 180도 이상으로 돌려야 한다.

오도산은 '가을의 전망대'로 유명하다. 오도산에서의 전망은 가을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오도산처럼 장쾌한 풍경을 갖춘 전망대를 찾기도 쉽지 않다. 서쪽으로 덕유산과 기백산, 북쪽으로 가야산, 남쪽은 황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그야말로 명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하지만 낮에 올라도 멋지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직접 눈으로 따라잡기도 벅차다. 게다가 새벽엔 합천호 위로 운무가 자욱하게 드리워지면서 구름 사이로 합천호의 물빛이 반짝인다.

합천군 가회면과 대병면, 산청군 차황면에 걸쳐있는 황매산은 합천의 진산이지만 산행 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명의 산이었다. 합천군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젠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 됐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은 고려 말 조선개국을 도운 왕사 무학대사가 수도를 행한 장소라고 전해진다. 봉우리마다 굽이쳐 뻗어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와 철쭉이 병풍처럼 수를 놓고 있다. 정상인 해발 1108m 봉우리 옆에는 삼봉이라고 일컫는 높이와 모양이 비슷한 세 봉우리가 나란히 젖가슴처럼 솟아 있어 아름다음을 더한다. 삼봉은 예전부터 황매산 정기가 이곳에서 발원 집결하는 신령스런 곳으로 누구나 삼봉에 지극정성으로 기원하면 본인이나 후손들 중 세 사람의 휼륭한 현인이 나온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합천호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보인다. 합천호는 가깝다못해 잔잔한 물결의 흐름까지 느껴질 정도다.

여러 산 정상의 모습과는 달리 시야가 탁 트여 있어 그 어떤 계절의 모습도 그림처럼 다가온다. 중턱까지 자동차도로가 이어져 있어 편리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황매산의 절경인 모산재를 거쳐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코스로는 등산이 목적이라면 덕만주차장이나 가족형 관광휴양단지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해 황매산 철쭉길을 경유, 닭벼슬바위 또는 오토캠핑장, 철쭉군락지, 정상, 삼봉, 상봉, 삼거리, 연꽃설, 박덤, 독립가옥을 거쳐 가족형 관광휴양단지 방향 황매산매표소로 하산하면 된다. 만약 등산이 끝날 때 쯤 음식점을 원하면 시계반대 방향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황매산은 철쭉이 만개하는 봄도 아름답지만 낮은 구릉들이 푸른 초목으로 뒤덮이는 여름이나, 억새풀이 흔들리는 가을, 눈꽃이 피어나는 겨울의 모습도 놓치긴 아쉽다.


yccho@fnnews.com

합천여행 꿀팁, 시티투어
경남 합천군이 KTX 김천구미역과 합천군의 주요 관광지인 해인사, 가야산, 황매산 등을 연결하는 '합천시티투어'를 이달 말부터 운영해 여행객들이 보다 편하게 합천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합천에선 또 오는 27~28일 이틀간 영상테마파크 일원에서 '고스트파크 할로윈축제'도 진행한다.
이 기간동안 퍼포먼스댄스와 마술쇼, 뮤지컬쇼, EDM 공연 등이 진행되며 할로윈 축제의 취지에 맞게 유령 체험인 '고스트를 찾아라' '고스트 분장실.의장실' '고스트 프리마켓' 등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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